벙어리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배우 김민선씨.

배우 김민선씨가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단편영화 ‘만남’과 관련해 언론사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청각장애인을 벙어리로 지칭해 청각장애인 단체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김씨는 단편영화 ‘만남’ 촬영현장에서 최근 국내 주요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며, “벙어리역이다 보니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미묘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가 쉽지 않다”고 발언했다.

‘만남’은 청각·언어장애인 여자와 우연히 기차역에서 만난 남자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단편영화로, 지난 10월 20일 김씨는 서울 용산역에서 수화연기 촬영한 바 있다.

촬영 현장을 취재한 주요 언론들에서는 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감독 김C(가수)와 스태프들이 ‘김민선씨의 수화 실력에 깜짝 놀라워했다’는 기사에서 김씨의 문제의 발언을 기사화한 것.

이에 대해 한국농아인협회는 5일 성명서를 통해 “인기 정상의 배우가 장애인역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고, 수화까지 열심히 한다는 것은 장애인단체의 입장에서 마땅히 칭찬해 줘야할 일이지만, 김씨가 언론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 ‘벙어리’ 운운한 것은 인기정상의 배우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단체는 “사회 공익에 앞장서야할 언론이 이러한 용어를 검토없이 보도한 것도 큰 문제”라며 “우리 언론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씨 관련 기사에서 ‘벙어리’라는 용어를 사용한 언론은 연합뉴스, 조선일보, 스포츠조선, 헤럴드경제, 뉴시스, 고뉴스 등이다.

농아인협회에 따르면 ‘벙어리’라는 용어는 ‘언어 장애로 말을 못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무능력하고 개선이 필요한 불완전한 존재’ 등 부정적인 상황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벙어리’라는 용어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어 우리 사회에서 묵시적으로 사용이 불가한 용어로 인식되고 있다.

농아인협회는 “김민선씨나 영화제작 관련자, 언론 모두 ‘벙어리’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사용한 것을 장애인단체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김씨나 영화제작 관련자, 언론은 ‘벙어리’라는 말을 사용함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400만 장애인에게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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