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검찰청 형사 제2부의 수사결과 장애진단서 허위 발급에는 대가성 돈 수령, 동료의사의 묵인 및 명의 사용 승낙, 브로커 등장 등 조직화된 "가짜장애인 양산"의 실체가 드러났다.

경기도 A요양병원 의사 정모(가정의학과 전문의)씨는 지난 2002년 6월부터 2004년 1월까지 정상인 김모씨 등 106명에게 1인당 10만원 내지 300만원을 받고 "요추 및 다리부위에 현저한 기능저하로 3급 장애가 있다"는 내용의 허위 장애진단서를 발급했다.

보건복지부 지침 상 장애진단 비용으로 공인된 가격은 1만5000원 이지만 정모씨는 발급 비용 외에 10만원을 별도로 수령 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특히 지난해 7월1일부터 해당과목의 전문의가 아닌 자가 장애인진단서를 발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애진단서용지에 전문의 과목 및 전문의 면허번호를 기재하게 하고 이를 기재하지 않거나 장애진단 내용과 전문의 과목이 일치하지 아니할 경우 동사무소 등에서 반려하는 조치가 취해 졌지만 정모씨의 장애진단서 허위 발급은 동료의사들의 묵인과 명의사용 승낙으로 계속됐다.

경기도 B성모병원장 손모씨(신경외과 전문의)는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4년 1월까지 장애진단서 허위 발급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 묵인하고 자신 명의로 장애진단서를 발급하는 것을 승낙했다. 또한 경기도 C신경외과원장 김모씨(신경외과 전문의)도 지난 2003년 10월부터 11월까지 자신 명의의 장애진단서 발급을 승낙했다.

한편 전주 D정형외과 원장 박모(정형외과전문의)씨는 지난 2002년 2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정상인 김모씨 등 18명으로부터 4000만원 상당을 받고 "요추 및 다리, 팔 부위에 현격한 기능저하로 3급 장애가 있다"는 허위 내용의 장애진단서를 발급했다.

4000만원 중 1500만원 상당의 돈은 18명을 알선한 브로커 신모(31)씨에게 전해져 조직적 '가짜 장애진단서' 발급이 암암리에 계속돼 왔음을 보여줬다.

물론 손모씨의 허위 장애인진단서 발급에는 지난 2003년 7월 허위 발급 사실을 알았음에도 자신의 명의를 사용토록 승낙한 김제 E병원과장 김모씨(정형외과전문의)의 도움이 있었다.

이렇게 가짜장애인진단을 받은 사람 중 F자동차 노동조합 전 부지부장 김모씨(32), 돼지고기 유통업자 이모씨(52)는 장애가 없음에도 지체장애 3급으로 등록했다. 또한 다리부위 기능저하로 인한 지체장애 5급 장애인 이모씨(56)는 10만원을 주고 '다리부위 및 요추 부위에 3급 장애가 있다'는 허위 내용의 장애인진단서를 발급 받은 후 3급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와 관련 형사 제2부는 "고도의 직업윤리를 요하는 의사들이 브로커들과 결탁, 수천만원의 사례금을 받고 130여명에게 장애진단서를 상습적으로 허위 발급했다"면서 "이로 인해 국가의 주요시책인 장애인 복지정책을 왜곡시켰고 국가 재정을 축낸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형사 제2부는 "일부의사들은 자신의 전문의 명의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대여하고, 명의를 대여 받은 의사들이 장애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하는 사실을 알면서 묵인했다"며 "수사에서 적발된 장애인들에게 그간 지원됐던 각종 국고 혜택이 연간 10억여원으로 장애인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그 만큼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형사 제1부는 "장애진단서를 허위 발급 받은 대상자들 중 전직 노조간부들도 포함돼 있어 우리 사회의 '도덕적 헤이 현상'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현행장애인 등록절차 '허점' 개선 필요

전주지검, "발급위원회 구성 복수명의 발급" 제시

전주지방검찰청 형사 제2부가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장애진단을 허위로 발급 받은 자들이 2∼3명 있다'는 단발성 제보에 대해 확대 수사를 펼쳐 허위 발급 의사(2명), 명의를 빌려준 의사(3명), 브로커(21명), 허위 장애진단서 발급 받아 장애인등록한 사람(165명) 등 총 165명을 적발했다.

165명은 허위 장애진단서를 발급 받아 장애인 등록하거나 장애등급을 상향조정, 가뜩이나 부족한 장애인에 대한 정부예산을 갈아먹었다. 실질적인 혜택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들의 몫이 줄어든 것은 뻔한 이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브로커, 명의를 빌려준 의사 등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현행 장애인등록절차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악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장애인 등록을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은 장애인등록 신청서를 거주지 관할 동사무소에 제출한다.

등록신청서를 받은 동사무소는 발급 대상자가 지정하는 병원에 장애진단을 의뢰하고, 장애진단을 받은 병원에서는 장애상태를 진단한 뒤 진단서를 관할 동사무소에 송부(인편에 의할 경우, 봉투의 봉합부분에 의료기관의 간인을 찍도록 함)한다.

송부 받은 해당 동사무소 사회복지과 직원은 장애유형 및 장애등급, 전문의과목 등을 확인한 후 즉시 장애인으로 등록한다.

이 같은 체제상 의사 1인이 작성한 장애진단서만 있으면 즉시 장애인등록이 되는 실정으로 의사가 장애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할 경우 사실상 방지할 방법이 없다. 또한 진단서 발급 의료기관 서정권한도 장애인등록 신청자에게 주어져 있어 특정 의사와 신청자가 결탁하는 경우 장애진단서 허위 발급이 용이하다.

따라서 형사 제2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을 장애인진단서 발급 기관으로 지정하고 3, 4명 정도의 의사로 구성된 장애진단서 발급위원회를 만들어 복수명의로 발급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요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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