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정문앞에서 빛과사랑회 이의산 회장이 화상인들의 성형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에이블뉴스>

"안면화상 성형수술 의료보험 적용하라. 취업차별말고 생존권을 보장하라!"

화상인들의 자조 모임인 빛과사랑회의 이의산 회장은 18일 오후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회장은 "감기만 걸려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데 화상인들은 몸과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어도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며 "화상인들의 의료권을 얻어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1인시위의 배경을 설명했다. 외모개선 목적의 미용성형이 아닌 재건성형임에도 불구하고 화상인들의 성형수술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 원인과 대책을 짚어봤다.

피켓 들고 1인시위 나선 이의산씨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구요?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경우라면 됩니다. 할 수 있습니다."

18일 오후 1인시위를 마치고 복지부 종합민원실을 찾은 빛과사랑회 이 회장에게 건강보험관련 민원 업무를 보는 오용순씨는 뜻밖에 말을 던졌다. 그렇다면 미용의 목적이 아닌 재건 목적의 성형수술을 할 경우 보험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이 회장의 주장은 착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 제9조 1항에 따르면 '진료로서 신체의 필수 기능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에 실시 또는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의 경우는 비급여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특히 ▲쌍꺼풀수술(이중검수술), 코성형수술(융비술), 유방확대·축소술, 지방흡인술, 주름살제거술 등 미용목적의 성형수술과 그로 인한 후유증치료 ▲저작 또는 발음기능개선의 목적이 아닌 외모개선 목적의 악안면 교정술 및 교정치료 ▲관절운동 제한이 없는 반흔구축성형술 등 외모개선 목적의 반흔제거술 등은 비급여대상이다.

문제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통상적으로 화상인들의 재건성형을 미용성형으로 분류돼 보험 혜택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복지부 관계자의 말 또한 무작정 틀린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복지부 연금보험국 보험급여과 원종선씨는 "화상인의 재건성형 수술의 경우 사례별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를 거쳐 보험급여를 받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락가락 복지부…"이의제기하면 보험적용 해준다굽쇼?"

▲빛과사랑회 이의산 회장.<에이블뉴스>
실제 지난 99년 2월 19일 머리의 화상반흔 제거를 목적으로 피부조직 확장술을 한 경우 '기능상의 장애는 없지만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보험급여를 받게된 사례가 있다. 이때 내린 복지부의 행정해석은 대부분의 화상인들에게 적용되기에 충분하지만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민원인의 자녀에 관한 진료내역, 화상반흔 부위 및 의료보험연합회의 검토의견을 종합하여 검토한 결과 진료담당의사는 동 시술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일종의 미용성형에 해당되므로 비급여대상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환자의 경우 아직 사춘기 나이로 화상반흔이 비록 기능상의 장애는 없다 하더라도 화상반흔 부위 병변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화상반흔제거 목적으로 시행받은 두피조직확장술이라 하더라도 보험급여의 원리에 부합되는 시술로 보험급여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므로 동 시술은 의료보험급여가 가능함을 알려드리니 보험급여시 참고하시기 바람."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복지부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법은 한마디로 엿가락"이라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데 현장에서 의사들이 누가 보험급여를 인정해주겠냐"고 항변했다. 사실 이 회장 또한 이러한 사실을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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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경우 지금까지 약 20번의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가장 최근에 한 피부이식 수술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서울삼성병원에서 좌측 뺨 피부이식 수술을 한 이 회장은 병원과 복지부를 상대로 집요하게 보험적용을 요구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이의 제기를 준비하다 결국은 혜택을 받아냈다. 750여 만원이 나온 수술비를 160만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재건성형과 미용성형 구분 조항 신설해야

이 회장은 "현재 화상인이 성형수술을 재건성형으로 분류해 놓은 조항이 없는 가운데 현장에서 의사들이 의례적으로 재건성형을 미용성형으로 규정해버려 화상인들이 지금까지 집요하게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화상인의 재건성형과 미용성형을 명확히 구분하는 조항을 만들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강성심병원 사회복지과 오원희 의료사회복지사는 "성형수술이 필요한 화상인의 경우 기능개선은 보험적용이 되고 있지만 미용개선을 위한 수술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기능과 미용의 기준을 선별하는 의사의 소견이 중요시 되고 있지만 정책상의 한계로 의사와 환자간의 관계마저 악화시키고 있다. 외모로 인해 사회적인 기능에 장애를 겪고 있는 화상인의 미용피부재건수술에 대한 보험정책 개발로 많은 사람들이 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숭실대 유수영(사회사업학과) 교수는 "화상인의 성형수술은 외모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미용차원의 수술이 아니라 취업거부 등 사회적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술"이라며 "당연히 보험적용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 교수는 "오는 7월 안면화상장애인이 장애인으로 등록이 되면 등록된 장애인에 한해 보험적용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미용목적으로 성형을 하려는 일반인들과 구분을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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