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귀여운 여인'.

MBC 일일드라마 귀여운 여인

며칠전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인사를 나누고 한다는 소리가 '귀여운 여인'을 보느냐고 물었다.

귀여운 여인? 그게 뭐지?

MBC 일일 드라마란다.

드라마가 왜?

못난 사람이나 장애인은 다 죽어야 한다나 뭐 어쩐대나.

아무리, 드라마에서 장애인은 다 죽으라고 했을까?

그게 아니라 예쁜 여자들이 설치는 꼴하고는….

왜 너도 예쁜데 질투하냐?

한바탕 웃고는 전화를 끊고 MBC 홈페이지를 찾았다.

드라마 '귀여운 여인'의 여는 글.

"사회적인 명예와 화려하고 쾌적한 삶을 욕망 하는, 가진 것 없는 두 여자의 처절한 남자 유혹하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사회적인 명예와 화려하고 쾌적한 욕망이라니.

가진 것 없어도 검소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 땅의 보통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최종학력 고졸에 가진 것이라고는 젊음과 미모밖에 없는 밑바닥 인생의 소연이 이 사회의 주류로 편입하고자 하는 욕망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최종학력 고졸이라니, 대학을 못 나온 사람은 인간도 아니라는 말인가. 더구나 젊음과 미모가 있다면 얼마든지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텐데도 소연(장신영)은 예쁜 얼굴을 무기로 내세워 남자들 간 빼먹는 일 이른바 꽃뱀으로 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서민들은 경제가 어렵다며 목숨을 담보로 아우성인데 꽃뱀이라는 여자는 명품점에서 3천만원 어치의 선물을 고른다.

큰아들 대웅(정보석)은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바람둥이이고, 작은아들 세웅(이지훈)은 대학 4학년인데 시간 강사를 우습게 보고 마녀라고 놀리며 친구들을 모아놓고 폐강 계획을 짜고 있다.

강사도 엄연히 선생인데 선생이 학생들 출석을 체크하고 결석하는 학생에게 점수 잘 안 준다고 선생을 쫓아 낼 생각을 하다니. 더구나 박봉에 시달리는 강사(정선경)가 새벽 우유 배달을 하는데 학생(이지훈)이 선생의 우유를 훔쳐간다. 행여 학생들이 따라 할까봐 겁난다.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의 진행만 보아도 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리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아직도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가 종종 나오곤 한다. 왜 그런 용어를 쓰느냐고 항의를 하면 사과는 하는데 '무심코'라고 한다. 무심코라니. 장애인에 대한 비하나 편견이 얼마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기에 무심코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가 말이다.

'귀여운 여인'의 어느 날 방송에서 그 개망나니 같은 작은아들 세웅(이지훈)이 어머니(이효춘)에게 한다는 말이 "뗑깡 부렸다면서요?"였다.

'뗑깡'이란 한자어 전간(癲癎)의 일본 독음인 '뗀깡(てんかん)'에서 온 말이며, 전간이란 간질병 즉, 지랄병을 의미한다.

작가가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이 어머니에게 뗑깡 즉 지랄병 했느냐고 물은 것이다.

간질은 뇌에 이상이 있어서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는 장애의 일종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무리 심하다 해도 이건 해도 너무 하는 게 아닌가.

남자를 후리는 꽃뱀, 바람둥이 큰아들, 개망나니 작은아들, 난 척하는 부잣집 마나님 등이 앞으로 얼마나 개과천선을 할지는 모르겠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젊음과 미모가 아니라 주름진 얼굴의 땀방울이다. 진짜 아름다운 손은 매니큐어 칠한 긴 손가락이 아니라, 따스한 손으로 정성스럽게 보살핌을 주는 어머니의 군살 배긴 거치른 손이다.

가장 소중한 것은 남자를 뇌살시키는 요염한 자태가 아니라 이웃을 위해 작은 정성을 나누고 베풀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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