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 J씨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J씨는 20여년전부터 장애아 10여명과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아들의 엄마이다. 10년전부터는 장애인들의 교육 문화 직업재활을 위한 문화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두 곳을 운영하는 최소 비용이 한달에 400만원정도 든다. 물론 정부 지원 한푼 못 받고 자비로 운영하고 있다.

J씨는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장사를 하고 있다. 주로 고추 마늘 참깨 등 양념류를 생산농가에서 직접 구입해서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배달해 주는데 단골 고객은 음식점들이다. 고추 수확 철이 되면 산지에 살다시피 하면서 5천근-아직도 이 세계는 근으로 통하는 모양이다-정도를 확보해서 필요한 곳에 갖다준다.

그런데 몇년전 그러니까 2001년에 5천근을 샀으나 다 팔지 못해서 떡을 쳤다고 한다. 2002년에는 걱정이 되어서 2천근을 마련했는데도 파는데 애를 먹었단다. 작년에는 아예 1천근을 샀는데 아직도 다 팔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국민이 난리를 치던 IMF 때도 1년에 5천근을 파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J씨의 고추를 사는 사람들은 주로 고급 음식점들인데 손님이 줄어 소비가 준 탓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는 싼 중국고추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J씨도 "그런 집에서조차 중국산을 섞어 쓸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4.15총선을 앞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러나 국민들은 먹고 살기에도 바쁜 판이니 시끄러운 것은 정치판과 언론 뿐이다. 너도나도 자기가 적임자라고 나서고 있다. 시민의 발이 되겠다고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 중에서 자신들의 대표라고 믿고 선택하는 것이 선거이다.

구의원 구청장 시의원 시장 도지사 대통령까지 민주라는 이름으로 표로 뽑는 시대말이다. 그런데 그 표가 진실로 합당한 사람을 뽑아주는 것일까. 어림없는 일이다. 그들은 권력을 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량한 유권자들을 현혹시킨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미 뽑아 놓은 것을. 언젠가는 00를 찍은 손가락이 부끄럽다고 손가락을 잘라야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그러나 잘 뽑았던 잘못 뽑았던 일단 선택된 사람들은 그 임기동안은 국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가 잘못했다면 다음에는 그를 뽑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표로 선출된 사람들이 어떤 이유이든 지간에 중간에서 그만두겠다고 발을 빼는 것은 무책임의 정도를 넘은 파렴치한이다.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둘 것을 왜 나왔는가 말이다.

그들이 떠난 빈자리는 이제 보궐선거로 채워야 한다. 보궐선거를 할 동안 업무의 공백은 물론이고 보궐선거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출마자가 얼마를 쓰던 그것은 그 사람 몫이니 제쳐두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쓰는 공식비용이 구의원 한사람을 뽑는데 5천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시의원은 7천만원, 부산시장을 선출하려면 50억 정도이고 경상남도 도시사는 그 두배인 100억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경상남도 도지사 선출비용이 100억이라니. J씨가 운영하는 장애인단체 1년 비용이 5천만원인데 100억이면 이런 단체 20곳이 10년동안 돈걱정 안하고 복지 일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백혈병을 앓고 있는 소아암환자가 4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의 수술비용이 3천만원에서 1억정도 소용되는데 100억이면 백혈병어린이 100명도 넘게 수술을 시킬 수가 있다.

급식비가 없어서 점심을 굶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한달에 4만원, 1년이면 40만원이고 100억이면 결식학생 2500명에게 1년간 점심을 먹일 수가 있다.

청년실업이 50만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 실업자들을 공공근로라도 시키려면 한달에 60만원, 1년이면 7백20만원인데 100억이면 1388명에게 1년간 공공근로를 시킬 수가 있다.

혼자 사는 장애인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월 30만원정도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도 성인이 되면 가족들의 도움 없이 독립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가족의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필자가 운영하는 상담실에도 어떻게 하면 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를 물어 오는 장애인들이 많다. 주먹구구로 계산해도 1년이면 3백6십만원이고 10년이면 3천 6백만원인데 100억이면 2~3백명의 장애인에게 10년동안 보조해 줄 수 있는 액수이다.

경상남도 김혁규 지사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100억의 선거비용은 들지 않을 것이다. 허옥경 해운대구청장이 사퇴하지 않았더라면 구청장 선거비용 3억 5천은 들지 않아도 될 비용이다.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시의원 자리를 내놓은 사람들을 위해서 7천만윈의 추가비용이 들어 갈 곳이 부산만 해도 몇 군데나 된다.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오염물질을 배출시켰을 때는 원인자부담원칙으로 그 제거비용을 당사자가 부담하고 있다. 교통시설에 있어서도 교통유발 원인자가 필요한 교통시설을 설치토록 하는 원인자부담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국민들이 쓰레기를 버릴 때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야 하는 것도 원인자부담원칙에 의한 것이다. 음주에 따른 폐해로 인해 원인자부담원칙이 논의 되는 등 곳곳에서 원인자부담원칙을 확대적용하고 있다.

구의원 구청장 시의원 시장 도지사 대통령까지를 포함해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의로 사퇴를 할 때는 원인자부담원칙을 적용해서 보궐선거 비용은 당연히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

국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무책임한 파렴치한들 때문에 국민들의 피같은 돈을 몇백억씩 낭비를 하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현재 정치개혁법이 논의되고 있는데 사퇴자의 보궐선거 비용은 원인자부담원칙에 의거 본인이 부담케하고 만약 보궐선거비용이 책정되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사회복지비용으로 돌려서 죽어 가는 국민을 먼저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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