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건물 입구 계단에 설치된 고정형 휠체어리프트는 안전의 위험으로 장애인들이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박종태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88번지에 위치한 과천 정부종합청사. 정부청사 내 2동은 장애인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관리감독 하는 중앙부처이기도 한 보건복지부 청사의 편의시설을 점검해 봤다.

우선 건물 입구부터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의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구 계단에는 고정형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돼 있었다. 장애인들이 기피하고 있는 휠체어리프트가 보건복지부 건물 정문 앞에 전시가 되어 있는 것처럼 설치돼 있었다.

더욱이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건물 뒤쪽 경사로를 이용해 출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안내동(복지부 출입증 발급하는 곳)에는 복지부 건물 뒤쪽 출입구로 가도록 하는 안내문이 전혀 부착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 건물 앞 입구로 왔다가 다시 뒤쪽으로 돌아가는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 건물 입구계단에 설치된 핸드레일. 점자유도블록을 철거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보행 중 크게 다칠 위험이 매우 높다. ⓒ박종태

또한 입구 계단에 핸드레일을 설치하면서 점자유도블록을 핸드레일 바닥에 그대로 둬 시각장애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크게 다칠 위험이 매우 높아 보였다.

건물 입구에는 시각장애인들의 건물내부 위치 안내를 위해 설치된 무선 촉지도가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리모컨을 눌려야만 안내 멘트가 나왔다. 이 뿐만이 아니라 촉지도는 청소를 안했는지 시커멓게 먼지가 쌓여 있어 이를 만지는 시각장애인들의 위생에도 문제가 있었다.

먼지가 쌓인 무선 촉지도는 시각장애인들의 위생에도 문제가 있다. ⓒ박종태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내부계단에는 점자유도블록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또한 장애인화장실은 비상벨도 없고 남자화장실 소변기에는 손잡이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청사 내 계단에는 점자유도블록과 핸드레일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박종태

청사 내 장애인화장실에는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박종태

청사 내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박종태

이렇듯 복지부 건물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을 어긴 시설만을 모아 둔 전시장 같았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담당하는 복지부의 재활지원과 공무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용하는 화장실을 보며 비상벨과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것일까? 눈앞에 잘못 설치된 장애인 편의시설도 외면하니 전국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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