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역앞 지하도. 오래된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이용하기 어렵다. ⓒ박종태

서울시내 곳곳에 있는 지하도는 보행자의 안전과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으로 설치된 지하도가 오히려 장애인들의 이동의 자유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특별시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지하도는 30여 곳이나 지하도에는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지하도의 이용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은 이동을 위해 목숨을 건 ‘무단횡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많은 지하도도 그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안산시의 경우, 안산역 앞 지하도에는 오래된 수동휠체어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설치된 리프트를 이용할 수 없다. 또 다른 지하도가 있는 고잔역 앞과 중앙역 앞도 그 사정은 같다.

이렇듯 장애인들은 이동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무단횡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무단횡단은 위반자 자신은 물론이고 자칫 잘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무단횡단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리되며 적발시에는 범칙금이 부과된다는 것도 상식수준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이 지체장애인들의 무단횡단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도로교통법 제10조2항에 의하면 보행자는 지하도·육교 그 밖의 도로횡단시설이나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는 도로에서는 그곳으로 횡단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지하도·육교 등 도로횡단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는 다른 교통에 방해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도로횡단시설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도로를 횡단할 수 있다고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장애인의 무단횡단을 가로막는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는 잘못 설치된 위법사항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안산시의 일부 장애인들이 안산시청에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를 철거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도에 편의시설이 없으니 무단횡단을 하려고하니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를 철거해달라는 민원이다.

이처럼 현행 도로교통법은 편의시설이 미비한 설비를 방치한 채 오히려 무단횡단을 당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오히려 무단횡단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하도·육교 등에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한다는 것이 장애인계의 바람이다.

안산역 앞 도로를 장애인들이 무단횡단하게 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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