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규격을 지키지 않은 음향신호기가 대구시내에 그대로 설치되었다.ⓒ박종태

대구시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최신형 음향신호기가 설치 일주일 만에 고장을 일으켰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3일 정보통신부 전파연구소가 직접 대구에 내려가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문제가 됐던 제품은 대구시가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구입한 H사의 신형 음향신호기다. H사는 대구시 21곳에 62대의 음향신호기를 설치하고 대구시에 준공검사를 받았지만, 지난 6월 신형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21곳 중 7곳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7곳 모두에서 한개 이상의 기능장애가 발견되었었다.

전파연구소는 현장점검에 앞서 지난 2일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전파연구소 품질인증과 사후관리팀, 대구광역시청 교통정책과 정책개선팀 담당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무장애도시기획단, 시민교통안정협회 김기복 대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구광역시지회 편의시설 점검팀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음향신호기 제조사인 H사 관계자는 “공급했던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신호기에 이물질이 끼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장애가 생길수도 있다”며 “문제가 있는 신호기는 새 제품으로 모두 교체하였고, 현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구시청 교통정책과 정책개선팀 담당자 곽모씨는 “120-220볼트 과전압으로 퓨즈고장이 있었고 버튼은 이물질이 껴서 작동이 안 된 것 같다”며 “하지만 삼성·엘지 같은 대기업의 제품도 리콜이 안 들어오는 제품이 없다. 그에 비하면 음향신호기 제조업체는 구멍가게다. 신호기가 고장이 나면 고치면 그만이지 않은가? 인명사고가 나면 그때는 책임을 지겠다”는 무책임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또한 곽씨는 “전파연구소의 고시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것에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해당업체들이 그 기준을 맞추려다보면 오히려 장비가 고장 나기 싶다. 대구시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조속히 설치해줄 것을 요구해 그 말에 따랐을 뿐인데 무엇이 잘못 됐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구광역시지회 관계자는 “왜 자신들과 사전 논의 없이 휘젓고 다니며 현장조사를 하고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겠다. 없는 예산 만들어 어렵게 설치했는데 왜 문제를 삼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조사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며 오히려 공무원 측의 편을 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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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계산오거리에 설치된 음향신호기를 업체직원이 수거하고 있다.ⓒ박종태

수거된 음향신호기.ⓒ박종태

전파연구소는 3일에는 직접 현장점검에 나섰다. 당초 현장에서 직접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우천관계로 음향신호기를 수거해 점검키로 했다. 전파연구소 측에서는 6대를 수거하겠다고 했으나, 제조사 측에서는 1대만 내어주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결국 전파연구소에서 관련 법규를 근거로 3대를 수거키로 결정했다.

수거과정에서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달구벌스포츠센터 앞에 설치된 음향신호기를 수거하려하자 대구시 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현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누구 말을 듣고 음향신호기를 철거하고 조사하느냐”고 따지며 “우리 지역의 문제를 왜 타 지역에서 왈가왈부하는지 알 수 없다”며 욕설을 내뱉고 수거작업을 방해하는 물의를 빚었다.

전파연구소는 이 같은 혼란 속에 어렵사리 음향신호기 3대를 수거할 수 있었다. 전파연구소는 수거된 음향신호기의 ‘전파연구소 고시기준 적합여부’와 ‘기기의 성능’ 등을 정밀검사하고 있다. 검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된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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