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중구청 앞 횡단보도에 설치됐던 음향신호기는 설치 7일만에 사라지고 음향신호기가 설치됐던 전선줄만 남아 있다. ⓒ박종태

대구시가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보행권을 위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횡단보도의 최신형 음향신호기가 불과 일주일 만에 고장을 일으켜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H사의 신형 음향신호기 62대를 계약했다. 이 계약에 따라 H사는 지난 5월 말부터 6월 11일까지 대구시 21곳에 62대의 음향신호기를 설치하고 대구시에 준공검사를 받았다.

대구시에 설치된 음향신호기는 2006년 8월23일 개정된 전파연구소의 ‘방송·해상·항공·전기통신사업용 외의 기타업무용 무선설비의 기술기준’(전파연구소고시 제2006-84호)에 의한 형식등록제품이다. 이 인증을 받은 제품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 인증을 받은 최신형제품이지만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대구시내 신형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21곳 중 중구청, 계산오거리, 봉산육거리, 동신교 서편, 시민운동장, 계명네거리, 명덕네거리 등 7곳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7곳 모두에서 한개 이상의 기능장애가 발견됐다.

‘무선리모컨 미 작동’이 13대, ‘음향신호기 동시울림’이 6대, ‘유선버튼 미 작동’이 4대, ‘음향신호기 미설치’(망실) 1대 등이었다. 이는 지난 6월 17일 시민교통안전협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무장애도시기획단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무장애도시기획단은 전파연구소 지정 시험기관인 SGS테스팅코리아(정보통신기기의 기술기준 적합성 여부를 시험해 인증을 담당하는 기관) 담당자에게 대구시내에 설치된 음향신호기의 기술기준 적합성 여부 실험을 의뢰해 봤다.

이 기관의 관계자는 “인증을 위한 실험당시 온도, 습도 등 전파연구소의 규정대로 철저한 실험을 거쳐 인증을 내줬다”며 “인증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음향신호기 내부에 저가의 부속품을 사용해 고장이 날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답변했으며,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후에 현장조사를 해봤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앞으로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음향신호기에 문제가 생기면 설치된 제품을 수거해 문제점과 제품을 철저히 조사·확인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동안 전파연구소는 문제가 발생한 음향신호기를 수거해 조사한 적이 한번도 없다. 전파연구소가 나서지 않는 이상 아무리 법이 강화돼도 유명무실이라는 지적이다.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 대표는 “새로 강화된 법규대로 설치된 음향신호기가 어떻게 설치한지 7일 만에 고장이 날 수 있는지 충격”이라면서 “음향신호기 설치에 대해서 음성유도기처럼 국가표준법규로 만들어 법규를 어길 시 인증 취소 등의 형태 및 철저한 단속이 돼야 한다. 수년간 끊이지 않는 음향신호기 문제를 이제는 건설교통부가 나서서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은 이해를 하지만 음향신호기 설치에 대한 국가표준법규가 만들어지고 전파연구소의 철저한 조사들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음향신호기의 설치를 중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음향신호기가 고장났던 대구시 오거리 횡단보도. '길 건너는데 목숨까지 거실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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