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에 자리 잡고 있는 ‘경기도 문화의 전당’이 개관 16년 만에 리모델링해 지난11일 재개관했다. 약 3개월에 걸쳐 19억 6천여만 원이라는 많은 예산을 투자한 공사였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과 편의시설은 다분히 형식적이라서 문제가 크다.

대공연장에서 화장실로 가려면 수직형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리프트 고장으로 한 여성장애인이 갇혀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19일에는 스웨덴의 유명 장애인가수인 레나마리아의 공연이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관람을 위해 이 곳을 찾았다. 하지만 장애인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해 불편을 겪어야했다.

특히 계단 옆에 설치된 수직형리프트(엘리베이터형)가 고장 나 장애인이 갇히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담당직원이 바로 배치돼 리프트를 수리했고, 7분여 만에 안전하게 구출됐으나, 리프트를 이용한 장애인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장애인 화장실도 문제였다. 대공연장에는 화장실이 양쪽에 설치돼 있다. 우측에 위치한 화장실에는 남녀공용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될 예정이나 아직 공사 중이라 이용할 수 없다. 좌측에 위치한 장애인화장실은 계단을 걸어내려 가야하기 때문에 리프트를 이용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더욱이 ‘남자장애인용 화장실’은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양쪽 입구 중간에 설치돼 있어 남성장애인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또한 ‘여자장애인용 화장실’은 여자화장실 맨 안쪽에 설치돼 있으면서도 안내판이 부착돼있지 않아 공연을 관람하러 온 장애여성들은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일이 다반사다. 결국엔 화장실이 없는 줄 알고 발길을 돌린 경우도 있다.

소공연장의 화장실은 더 심각하다. 남자장애인용 화장실은 아예 없다. 여자장애인용 화장실은 자바라(미닫이)식으로 설치돼 있지만, 손잡이 방향도 잘못 설치돼 있으며 공간도 좁다. 관리동 건물에는 장애인용 화장실이 거의 없다. 2층 회의실안에는 장애인용화장실이 있으나 수동휠체어도 들어가기 힘든 ‘무늬만 장애인용 화장실’이다.

물론 잘한 부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대공연장 중앙에 설치돼 있던 VIP전용 42석과 일반좌석 38석을 헐어내어 총 25석의 장애인 전용석을 마련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장애인 편의시설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만일 이날 스웨덴 중증장애인 가수 레나마리아가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했다면 뭐라고 했을까? 생각만 해도 창피한 일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 블록이나 휠체어장애인의 이동 동선을 고려한 설계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일까? 아직 늦지 않았다. 하루속히 장애인의 편의를 고려해 장애인들이 차별과 불편 없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야겠다.

대 공연장 화장실. 여자 화장실 입구 사이에 남성장애인용 화장실이 위치해있다.ⓒ박종태

소공연장 여자화장실. 손잡이가 잘못 설치돼 있고 비상벨도 없다.ⓒ박종태

남성용 화장실. 크러치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다.ⓒ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