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처마 밑에서 유시민 장관 규탄집회를 열고 있는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장애인의 날만 되면 위안잔치 한다면서 공연보여주고, 식사 제공해주면서 신경써주는 척 한다. 오늘이 모든 장애인들의 생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장애인들의 생일은 하루가 아니다."

노들장애인야간학교 학생 문명동씨는 "365일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다가 장애인의 날에만 신경을 쓰는 척하고, 365일 동안 장애인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땅의 현실"이라고 목청껏 외쳤다.

그가 선 곳은 바로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 정문 앞. 20일 오전 11시께 문씨가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 위한 공동투쟁단 소속 3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빗속에서 이렇게 정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곳 국제회의장에서는 제27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열리고 있었다.

한켠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한켠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는 집회가 열린 것.

문씨와 함께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은 장애인 30여명은 특히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이들이 가져온 플래카드에는 "유시민 장관 공개사죄! 활동보조제도 약속 이행! 유시민 장관 거짓 약속에 중증장애인의 생존권과 인격이 짓밟힙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이 유시민 장관을 비판하는 이유는 바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활동보조인서비스 개인당 시간을 월 180시간까지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최종 지침에 이 부분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1인당 월 상한시간은 하루 3시간도 채 되지 않은 80시간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자립생활위원회 이원교 위원장은 "유시민 장관에게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묻기 위해서, 비오는 장애인의 날에 비맞고 서 있는 우리를 보고 어떠한 이야기를 할 지 묻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들 장애인들은 지난 11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유시민 장관 자택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여왔다. 하지만 아직 한번도 유시민 장관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다.

전장연 자립생활위원회 이원교 위원장이 전경들의 방패벽을 뚫어보려 시도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대한상공회의소 로비까지 들어간 장애인들을 전경들이 막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투경찰들에 둘러쌓여 장애인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유시민 장관이 대한상공회의소 로비에서 시위대를 목격하자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11시40분께 기념식이 끝나고 기념식 참석자들이 밖으로 빠져나올 즈음 이들의 함성을 더욱 커졌다. 유시민 장관에게 만나겠다면서 유시민 장관 근처로 이동하려고 시도했고, 경찰들이 이들을 막아서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전투경찰들이 전동휠체어에 앉아 함성을 외치는 장애인들을 둘러쌓아 고립시켰고, 장애인들은 전투경찰들을 뚫고 나오려고 하면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날 결국 장애인들은 유시민 장관을 만나지 못했다. 유 장관은 장애인의 날 유공자들과 대한상공회의소 식당에서 오찬을 가진 뒤 조용히 빠져나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장애인들도 오후 1시께 자진해서 해산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오후 2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하는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하고자 서울역쪽으로 휠체어를 돌렸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91년 이후 줄곧 서울 송파구 방이동올림픽공원에서 장애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로 기념식 장소를 옮겼다.

올림픽공원 체육관은 수천명이 입장할 수 있는 곳이지만,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은 500여명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협소한 장소. 이에 따라 올해 기념식에서는 미리 초청된 500여명의 인사들만 기념식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리플합시다]제27회 장애인의 날,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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