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체험에 나선 한 지하철 역장이 플랫폼을 두드려보고 있다. ⓒ박종태 기자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는 장애인의 달을 맞아 지체장애인들과 시각장애인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불편과 고통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및 장애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역장과 공익근무요원을 대상으로 장애체험 교육을 가졌다.

이른바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장애체험스쿨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협조로 지난 10일 오후 2시께부터 5호선 왕십리역에서 시작됐다. 체험 전, 한시련 홍보실장인 임경억씨가 강의로 시각장애인을 안내 잘 하는 방법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에서 임경업 실장은 시각장애인 옷소매로 잡아당기고 지팡이를 잡고 좌·우 명령은 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강의 후, 모두 52명의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역장들이 시각장애인을 체험과 휠체어 체험을 했다.

시각장애인 체험은 눈에 안대를 가리고 흰 지팡이를 지니고, 발로 점자유도블록을 감지하면서 이동하는 체험이었다. 점자유도블록에서 벗어나 우왕좌왕하고, 계단을 내려갈 때는 핸드레일 손잡이를 잡고 조심조심 걸음을 떼고, 승강장에서는 추락할까봐 잔걸음을 걷는 등 역장들이 진땀을 흘렸다.

휠체어 체험에 나선 역장들은 직접 휠체어 바퀴를 굴려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장애인들의 불편을 체험했다. 휠체어를 굴리는 것이 얼마나 손이 아프고 힘이 드는지, 엘리베이터를 안내하는 표지가 얼마나 보이지 않는지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계단에서는 휠체어에 탄 채로 들려서 내려가야 했다.

5호선 영등포시장역장 김혜경씨는 휠체어 체험 후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넓어 매우 위험하다. 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으며, 시각장애인 체험을 마친 역장들은 한결같이 스크린도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고, 체험을 하지 않으면 이론상으로는 알지만 뜨거운 가슴으로는 장애인 불편을 알 수 없는 일. 서울도시철도공사 각 역사를 책임지고 있는 역장들이 직접 장애인 체험을 했으니 향후 장애인들의 지하철 이용 편의가 좀더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휠체어를 타고 전동차와 플랫폼 사이의 틈을 넘어 전동차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종태 기자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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