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철도, 지하철, 공공시설, 건물 등에 설치된 경사형 휠체어리프트는 수동휠체어 사용자의 이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관계당국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장애인들이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고 있다. 낡은 휠체어리프트가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의 크기와 무게를 이기지 못해 사고가 빈발, 장애인들의 생명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휠체어리프트는 수용휠체어용일뿐
현재 보급된 경사형 휠체어리프트의 규격은 탑승받침판의 길이는 105㎝, 폭은 76㎝, 한계 중량은 225㎏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의 경우 길이는 100㎝~115㎝, 무게는 80㎏~120㎏이며 전동스쿠터의 길이는 110㎝~120㎝, 중량은 80~150kg정도다. 이러한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는 경사형 휠체어리프트 이용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괴리는 1999년 혜화역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한 사고의 원인이 됐다. 또한 2000년 종로3가역 사고, 2001년 오이도역, 영등포구청역, 고속터미널역 사고, 2002년 발산역, 그리고 최근 2006년 부산역, 회기역, 신연수역 등에서 일어난 장애인들의 휠체어리프트 사고의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1991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경사형 휠체어리프트의 노후와 부식의 문제 역시 매우 심각하나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전혀 내놓고 있지 않아 장애인들은 여전히 ‘썩은 동아줄’ 같은 경사형 휠체어리프트를 목숨 걸고 이용하고 있다.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경사형 휠체어리프트에 대해 문의했더니, “장애인들이 이용해서 안 된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부 안전정책팀 관계자도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경사형 휠체어리프트 절대 이용해서 안 된다. 이는 작은 자동차에 화물을 실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료를 검토 중이며 검토 후 철도, 지하철, 공공시설, 건물 등에 설치된 경사형 휠체어리프트의 이용 정지에 대한 공문을 보내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효용가치 높은 엘리베이터 설치해야
현재 장애인들은 “경사형 휠체어리프트 이용에 대한 제제가 가해지면 당장은 장애인들의 이동에 있어 불편할 수도 있으나 장애인들의 생명과 안전이 더 소중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연히 휠체어리프트의 대안시설은 엘리베이터이다.
OECD 가입 국가 중 공공시설 특히 대중교통시설에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한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장애인들이 기피하는 경사형 휠체어리프트는 예산낭비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휠체어리프트를 마구잡이로 설치한 후, 뒤늦게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예산을 낭비시킨 것이다.
장애인만 이용하는 편의시설이 아닌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인 엘리베이터를 애초부터 설치했어야했다. 20~30여분 동안 1명의 장애인밖에 이동시키지 못하는 휠체어리프트는 경제적 효용가치도 떨어지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더 이상 경사형 휠체어리프트로 인해 장애인들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일은 없어야한다고 강조한다. 불안과 공포에 떨며 이동하고 싶지 않다고 항변한다.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예산 부족이다’는 식의 변명은 더 이상 안 된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