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가능역(의정부북부역)에는 음성유도기가 너무 가까이 설치되어 있어 리모컨을 한번 작동해도 여러대가 동시에 울린다. <에이블뉴스>

지난해 12월 15일 경원선이 개통하기에 앞서 철도공사, 철도시설관리공단은 장애인단체들과 함께 장애인 편의시설 점검을 했지만 지적사항을 고치고 있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12월 8일에 이어 12월 30일 다시 찾은 경원선은 화장실 비상벨도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불편한 손 건조기도 그대로 비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였다. 12월 8일 점검당시 음성유도기는 작동이 안 되는 상태여서 점검을 할 수가 없었다. 12월 30일 경원선 가능역(옛 의정부북부역)에서 음성유도기 리모컨을 갖고 작동을 해보니 가까운 곳에 있는 7개 음성유도기가 동시에 울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주변 사람들은 ‘소음 수준을 넘어 굉음’이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경원선 8개 역사가 모두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길을 안내해야할 음성유도기가 동시에 울리면 무슨 소리인지 시각장애인은 알아들 수가 없고, 시민들에게 소음이 된다.

1월 3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지역본부를 직접 방문해 만난 경원선과 중앙선 통신 담당자가 내놓은 음성유도기 규격서에 따르면 한번의 동작으로 동시에 울리는 제품은 ‘규격 외 불량제품’이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인증시험소 관계자에게 문의해보니 “TTA인증 검사 때에는 음성유도기 5대를 한곳에 두고 리모컨 작동시 동시 동작이 없었고 원활한 순차 방송과 동작거리 제어가 가능해서 TTA인증을 주었는데, 만약 동시에 동작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경원선뿐만 아니라 중앙선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경원선과 중앙선 담당자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 통신담당직원과 설치업체 관계자 등 6명이 지난해 5월 24일 음성유도기를 함께 검사했으나 동시에 울리는 문제점이 드러나 6월 15일 재점검을 실시했다. 그런대도 동시에 울리는 문제점은 해결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얼마 후 ‘음성유도기에 이상이 없다’는 공문을 보내온 사실이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지역본부장앞으로 지난 2006년 8월9일자로 접수된 공문내용을 직접 살펴보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7월 21일 중앙선 구간 음성유도기를 점검했는데 위치, 수신거리, 음성멘트 등이 전반적으로 양호했다는 내용이었다.

9월 20일에는 TTA,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교통안전시민연대 등의 관계자들이 중앙선 회기역에 함께 나가서 점검을 했는데 역시 이날도 음성유도기가 동시에 울리는 것이 확인됐다. 인증을 내준 TTA에서도 문제가 있음을 직접 확인했다. 이후 10월 3일 KBS 3라디오 ‘우리는 한가족’ 특집방송으로 이 문제가 보도됐다. 그 자리에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보조공학센터 소장도 출연해 음성유도기가 동시에 울린다는 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보조공학센터 음성유도기 담당자 A모씨는 철도시설공단에 공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 “순차적으로 동작되는 사항은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설치업체측은 “동시에 울리지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보조공학센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무슨 문제냐”고 항변했다.

보조공학센터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하연구기관으로 한국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 사무실에 위치해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직인이 찍힌 공문서를 발송했으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한 것일 게다. 왜 동시에 울리는 음성유도기에 대해 앞장서서 “양호하다”고 대변해주고 있는지 의문점을 지울 수가 없다.

표준만 만들고 잘 되겠거니 팔짱만 끼는 정부도 문제다. 여러 차례 보도가 나왔지만 “현행법상 인증을 취소하거나 제제할 방법이 없다고”만 말하고 수수방관이다. 국민의 세금이 낭비돼도 괜찮다는 것인지, 필요하다면 정보통신부에서는 정보통신기본법을 개정해서라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아예 음성유도기 사용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각장애인은 “음성유도기가 동시에 울려서 어디로 가야할지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보행에 방해가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플합시다]2007년 황금돼지해, 장애인들의 소망은 무엇인가?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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