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에 규격제품(사진 아래)을 쌓아놓고도 규격외제품을 설치한 안국동 로터리. <에이블뉴스>

서울 종로구청은 지난 5월 12일부터 11월 7일까지 안국동 로타리(인사동 입구)에 교통섬을 만들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횡단보도에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하면서 규격 외 제품인 ‘소형고압블록’을 설치해 문제가 되고 있다. 공사현장에 규격제품을 쌓아놓고도 말이다.

이 소형고압블록을 자세히 살펴보니 방금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모되어 있는 제품이 많았다. 벌써부터 이러면 나중에는 시각장애인들의 발 또는 지팡이로 감지가 되지 않는다. 겨울에 눈이 올 경우 염화칼슘마저 뿌려진다면 마모현상을 가속화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인사동 입구 횡단보도에 설치된 점자유도블록 위로 차량진입을 막은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총 6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마침 이곳을 지나가는 시각장애인이 볼라드에 부딪히는 모습이 목격됐다.

건설교통부는 2000년 11월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장애인 안전시설 편)을 제정해 운용하고 있다. 이 지침에는 점형·선형 점자블록의 형태와 규격을 정하고 있는데, 점자블록은 축소해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건설교통부는 장관 명으로 2003년 10월13일 전국 지자체에 점자유도블록 제대로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에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만든 매뉴얼에도 점자유도블록의 규격을 명시하고 있다. 종로구청 교통행정과는 “왜 규격 외 제품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소형고압블록 몇 개를 붙여서 30×30 제품을 만들면 된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규격도 모르는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이 심각한 문제다. 감독부서인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토목2팀측은 “당장 시정 조치하겠다” 답변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설치했다면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았을 것이다.

벌써부터 마모된 소형고압블록. 방금 설치한 제품이지만 좌측 윗부분이 마모되어 있다. <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이 점자유도블록 위에 설치된 볼라드에 부딪히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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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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