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서울시 관악구의회 기초의원 후보로 출마한 김주현씨. <에이블뉴스>

민주노동당 김주현(뇌병변장애 2급)씨는 당내 선출과정을 거쳐 관악구의회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마쳤지만 앞으로 선거운동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후보는 장애로 인해 전신에 약간의 뒤틀림이 있고 언어장애가 심한 편에 속해 명함배포나 연설 등의 선거활동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김 후보는 민주노동당 관악선거사무소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급 활동보조인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중앙선관위로부터 ‘관련된 법적 규정이 없어 활동보조인을 제공할 수 없고, 활동보조인을 선거운동원으로 대체해 이후 활동보조인에 대한 비용을 보전 받는 방식을 권유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 과정에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에 대한 규정이 없어, 현재 상황에서 활동보조인이 장애인 후보자를 대리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일상적인 활동보조서비스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선거기간에 장애인 후보에 대해 장애유형에 맞는 적절한 활동보조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이는 결과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후보는 “현행 선거법은 홍보방식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명함을 나눠주고 거리연설을 하는 것 외에 장애인후보가 개인의 장애특성에 맞는 홍보방식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희망사회당 서울시 광역의회 의원후보로 출마한 박정혁씨. <에이블뉴스>

현행 공직선거법은 “비장애인 중심”

희망사회당 서울시 광역의회 의원으로 출마한 박정혁(뇌병변장애 1급)씨는 예비후보로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기간 동안 현행 공직선거법상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됐다.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중 명함배부와 관련해 현행 공직선거법은 예비후보자와 그와 함께 다니는 자 중에서 지정한 1인과 예비후보자의 배후자 또는 직계존·비속 중에서 신고한 1인이 명함을 배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예비후보자를 포함해 총 3인이 명함을 배부할 수 있는 것.

하지만 박 후보와 박 후보의 배우자는 장애로 인해 양손의 사용이 자유롭지 않아 명함을 배부할 수 없는 상태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예비후보자와 배우자의 활동보조인’에 대한 문의를 했다. 선관위는 박 후보에게 ‘단순히 활동보조인을 두는 것은 가능할 것이나 그 활동보조인으로 하여금 명함을 배부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해왔으며, 이에 박 후보가 선관위를 찾아가 활동보조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불리함을 항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현행 법에 명시된 바를 따라야 하지만 박 후보는 활동보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이므로, 동대문 선관위에서는 활동보조를 통한 명함배부를 공식으로 허용할 수는 없고, 단속에서 제외하기로 이야기했다’는 답을 보내왔다.

박 후보는 “용인된 불법선거운동을 하게 됐다”며 “우리나라 선거법은 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18일 동대문구 선관위를 찾아가 ‘활동보조인에 대한 선거운동원 규정’에 대한 차별 요소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김영희(장애여성공감) 대표는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이 활동보조인을 통해 자기 명함을 대신 나눠주는 행위는 중증장애인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증장애인을 대신해 활동보조인이 명함을 배부하는 일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중증장애인들은 후보자로 나서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박김영희 대표는 “비장애 중심의 선거법을 깨버리고 장애인이 장애유형에 맞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 장애인이 후보로 나설 때 장애로 인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투표장 접근권 등 선거권 문제 여전

민주노동당 김주현씨 등 3인은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선거권·피선거권 침해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시정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에이블뉴스>

한편 투표장 접근권 등 선거권 확보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희망사회당 박정혁 후보가 서울시 동대문구에 있는 90곳 투표소를 조사한 결과, 1층에 위치한 투표소는 81곳에 해당했다.

박 후보는 “실제로 장애인들이 투표소까지 이동하기가 어렵고, 경사로 없이 계단으로 되어 있어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투표소가 여러 곳 있었다”며 “장애인이 투표소까지 가는 과정에서 이동편의가 제공되지 않고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1층 투표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시각장애 3급의 이건홍씨는 “투표소까지 가는 일도 쉽진 않지만,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대할 때는 암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시각장애인이 기표하기에는 기표란이 너무 작아 어려움이 있다. 기표용지의 기호가 작고, 점자표시등이 없어 원하지 않는 다른 후보에게 기표해 무효표를 만든 적도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정종권 위원장은 “보통선거는 남녀노소, 신분의 높낮음, 가진 것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만인에게 평등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정치적 무관심을 걱정하고 있지만, 장애인이 투표할 수 있는 환경조차 보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치 참여가 높아질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김주현씨, 시각장애인 이건홍씨, 청각장애인 김만수씨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준비위원회, 민주노동당, 희망사회당 주최로 1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확보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의 참정권 침해 사례를 소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선거권·피선거권 침해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시정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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