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하모니 서포터즈 제9기 권윤호씨. ⓒ권윤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9기 대학생 서포터즈로 위촉받아 활동하며 장애인고용 현장에 대해 대학생의 시선으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의 서포터즈 활동 중 학과 교수님의 소개로 직접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분을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다.

서울 공덕역 모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는 50대 나이의 내 또래 아들이 있는 가장이었다. 일을 시작한지는 근 2년,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업무부터 잔금을 처리하는 은행업무까지 카페에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가 원만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그런 직업인이었다.

그녀를 인터뷰하며 일을 시작한 계기, 구직의 어려움, 일의 고단함 등 다양한 질문들을 던졌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답변을 들은 질문이 두가지 있었다.

첫 번째, 일을 함으로써 얻은 보람. 그리고 두 번째, 장애인 노동 문제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었다.

첫 번째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답변은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좋다'였다. 비록 주 5일 하루 4시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개인으로서의 주체성을 찾고 있었다.

매일 아침 출근으로 생활패턴이 규칙적이게 됐고, 소득이 발생함으로써 작은 선물로 마음을 표현하는 등 가족, 친구관계가 개선되었다고 했다. 일을 통해 보람 그 이상의 가치들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질문에 처음에는 난감해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곧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녀는 찬찬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장애인의 노동에 대한 문제로 두 가지를 지적하였다. 모두 사회구조적, 제도적으로 빈틈이 있는 문제들이었다. 무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발벗고 일을 하면 조그만 소득으로 인해 장애인 연금과 같은 기존 수급혜택이 줄어들거나 중단되었다고 했다. 또한 꿈을 찾아 교육을 받고 싶었으나 주변 직업교육 시설의 부재로 일을 시작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자신을 포함한 주변 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당장의 수급혜택이 줄어들어 쉽게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즉, 장애인의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 사회통합을 위해 만들어진 장애인 복지제도가 독소조항으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이를 감수하고 일을 하더라도 대부분 청소와 임가공 같은 단순노무직종의 일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장애인의 노동권은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지고 있었다고 하며 그녀는 이러한 현실을 비탄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일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장애인들을 다시 집 안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이들이 진정 원하는 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이다. 비장애인이 생애주기별로 교육을 받고 자신의 꿈을 성취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이들도 동일한 삶의 범주 안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길 원한다.

비장애인이 노동을 통해 얻는 보람과 삶의 의미를 장애인들도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하며 정부는 보다 세밀한 정책과 제도의 실시로 이들을 지원하여야 한다. 또한 체계적이고 장애인에게 적합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야한다. 끝내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의 장애인 고용문화로, 장애인 고용인식으로 사회 속 자리잡아야 한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공포되고 시행된지 30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거두고 그들의 능력에 집중을 하면 어떨까? 장애인도 당당한 직업인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고 노동을 통해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우리'의 가치가 자리 잡을 날을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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