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희대학교 제1법대 건물을 방문해 2006년 설치된 수직형 휠체어리프트를 살펴본 결과 작동을 시켜보니 고장이 난 상태였고, 내부에 고장 시 연락할 수 있는 안내문구도 없었다. ⓒ박종태

“경희대학교를 사랑하는 한 명의 동문으로서 단 한 명의 약자를 위해서도 나눔을 베풀 수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입학할 장애학생과 지금도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이 조금 더 편리하게 학업을 이어나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 편의시설을 개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수 더 크로스 보컬 김혁건이 지난 25일 SNS에 열악한 장애인 편의 때문에 합격한 경희대 법무대학원 비학위과정 등록을 포기한 이유를 밝히며, 경희대 이사장에게 이 같이 부탁했다.

김혁건은 1999년 이시하와 더 크로스를 결성해 2003년 1집 'Melody Quus'로 정식 데뷔했다. 당시 타이틀 곡 '돈 크라이'(Don't Cry)와 후속곡 '당신을 위하여' 등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전역을 마치고 컴백을 준비하던 도중 오토바이 정면 충돌사고로 경추에 손상을 입었고 손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이후 재활에 성공해 휠체어를 타고 가수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에세이 ‘넌 할 수 있어’ 출간, 오디오북 제작 프로젝트 참여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희사이버대 학사를 마치고, 2006년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대중예술전공 석사과정에 입학한 후 교통로 인해 학업을 중단했지만 재활 후 휠체어를 타고 복학해 석사를 마쳤다. 이후 2017년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에 입학, 이달 20일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더욱이 계속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어 경희대 법무대학원 비학위과정에 지원했다. 하지만 1월 26일 제1법대 건물에서 면접을 마치고 귀가 하던 길에 입구의 수직형리프트가 고장이나 영하의 날씨에 1시간가량 갇혀 있었다.

이에 김혁건은 “행정실에 전화했으나 잘 모르는 사항이었고 수직형리프트를 관리하는 긴급전화번호가 있어 전화했으나 한참 만에 전화를 받은 관리실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서 “어쩔 수 없이 119 소방차가 출동해 벗어 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이후) 법무대학원 합격통보를 받았으나 시설이 개선되기 전까지 등록할 수가 없었다”면서 “담당자가 알아보고 이틀 뒤 전화를 주신다고 하여 기다렸으나 전화가 닷새 동안 오지 않아 직접 전화를 했는데, 다른 분을 바꿔 줬고 ‘자주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어쩔 수 없다’ ‘해줄 수 있는 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혁건은 결국 면접 심사를 나온 법학대학원 원장에게 전화로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학업을 할 수 없게 돼 죄송하다”고 말하고, 법학대학원 등록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28일 제1법대 건물을 방문해 2006년 설치된 수직형리프트를 살펴본 결과 작동을 시켜보니 고장이 난 상태였고, 외부에 고장 시 연락할 수 있는 안내문구도 없었다.

경희대 관리과 담당자는 “제품 교체 등 다각도로 검토를 하고 있으며 우선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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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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