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진행된 신길역 리프트 추락참사 1주기 추모제. 리프트를 타는 과정에서 계단으로 추락해 사경을 헤매다 숨진 고 한경덕씨의 추모굿이 이뤄지는 모습. ⓒ에이블뉴스

지난해 10월 20일 지체장애인 한경덕씨는 1·5호선 신길역에서 5호선 전철을 환승을 위해 리프트를 타려던 중 계단 밑으로 추락해 숨졌다. 사고로부터 1년, 그를 죽음으로 내몬 리프트는 여전히 존재했고,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시 1·5호선 신길역 환승리프트(사고장소) 입구에서는 고 한경덕씨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제가 한창이었다. 추모굿의 춤꾼으로 나선 이삼경씨는 조화를 한가득 손에 쥔 채 애절한 몸짓으로 추모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했다.

추모제를 주최·주관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회원들은 한 손에 영정을, 한 손에 조화를 꼭 쥔 채 고인을 추모했다. 고 한경덕씨와 같은 허망한 죽음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신길역 리프트 추락참사는 한경덕씨가 1·5호선 신길역에서 리프트 이용을 위해 직원호출 버튼을 누르려다가 계단으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다. 한모씨는 장애특성 때문에 직원호출 버튼은 계단을 등진 채 오른손으로 눌러야 했다. 직원호출 버튼과 계단 간의 거리는 경우 90cm 에 불과했다.

이후 서울장차연은 수십명의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지하철 전동차를 오르고 내리는 ‘지하철 타기행동’을 하면서 신길역 리프트 추락참사 사건을 알리고, 휠체어 리프트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추락참사가 발생한 지 327일이 되는 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했으나, 엘리베이터 전역사 설치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장애인권단체들은 유가족 등과 함께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조재범 활동가가 리프트에 탑승 올라가고 있다. ⓒ에이블뉴스

추모제와 함께 진행된 휠체어 리프트 탑승은 리프트 철거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조재범 활동가가 탄 리프트는 굉음을 내면서 오르기 시작하더니,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철컹거리기 시작했다. 철컹 소리가 날 때마다 리프트의 전동휠체어는 조금씩 휘청였다.

이 과정이 반복되자 급기야 리프트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신길역 역사 직원들은 리프트 운행을 멈춘 후 수 분간 점검하고 운행을 재개했다. 혹여나 모를 조재범 활동가의 추락을 막기 위해 2명이 달라붙어 휠체어를 고정시켰다.

하지만 종착지점에 도달한 리프트의 발판(계단과 리프트를 이어주는 판)이 펴지지 않았고, 강제로 발판을 내리면서 험난한 리프트 탑승 시연은 종료됐다.

(왼쪽부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조재범 활동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조재범 활동가는 “휠체어 리프트에 탑승 한 후 정말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프트는 단순히 올라갈 때 멈춘 게 아니라, 소리를 내면서 중간에 멈췄고, 1~2분 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역무원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만 보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는 오늘 운 좋게 죽지 않았지만, 이 리프트 때문에 언제 누가 죽을지 모른다”면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리프트를 타면서 추락의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현실을 참을 수 없다.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신길역 리프트 추락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리프트는 아지도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어떤 돈으로 하겠다고는 말하지 않는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리프트 추락참사)이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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