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장애인인권센터 등 12개 단체가 13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생존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진해장애인인권센터

2013년 청소년지도사로 일하던 정 모 씨(만 33세)는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져 뇌병변장애 2급을 판정받았다. 중도 장애인이 된 정 씨는 3년 반 동안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했으며, 간병비 비용을 지급할 형편이 되지 않아 어머니가 병원에 상주하며 간병했다.

지병이 있던 아버지가 근근이 경제활동을 통해 병원비를 지원했지만, 지난해 지병으로 사망하며 같은 해 11월 퇴원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정 씨와 어머니는 기초생활수급권자로, 갑작스런 중도 장애로 인해 장애복지 등에 대한 정보가 무지했던 상황에서 생계와 간병 모두 어머니가 도맡아야 했다.

지인의 권유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알게 됐지만, 신청 및 판정 결과, 서비스 시간은 하루 3시간뿐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여전히 어머니의 몫이었다. 교통약자 콜택시를 기다리고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재활치료 받기도 빠듯했다.

그러던 중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시간이 더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양’이 주목적인 장기요양 보다는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및 가족 부담 경감 이라는 목적부터가 정 씨와 부합했다.

그러나 정 씨는 활동지원제도를 신청할 수 없었다. 장기요양을 받은 장애인은 장애인활동지원 제도를 신청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활동지원급여의 신청자격 2항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노인등’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으로 신청자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노인 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를 말하며, 장기요양등급을 받고 서비스까지 받았던 정 씨가 여기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 씨는 장기요양을 취소하고 활동지원제도를 신청하겠다고 했지만, 구청 측은 ‘한번 장기요양을 인정받은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만33세의 젊은 정씨가 ‘노인’으로 분류하고, 중증장애인이라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제도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정 씨는 7월말 진해장애인인권센터(이하 센터)에 이 같은 억울함을 알렸다.

센터 측에서는 일단 활동지원법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함께 경남도에서 자체적으로 활동지원제도 탈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증장애인 도우미지원제도’ 신청을 도왔다.

그러나 정 씨는 활동지원제도 탈락이 아닌 신청조차 못 했기 때문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도청 관계자는 ‘현재 법으로써는 정씨를 도와줄 수 없으며,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된 ‘노인’이므로 장애인이기 이전에 노인으로 봐야한다‘는 답변만 전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센터는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총 12개 단체와 13일 경남도청 프레스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씨와 같이 장기요양등급을 갖고 있는 중증장애인도 활동지원제도를 신청할 수 있도록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센터 민경선 사무국장은 “법 개선을 위해서 인권위에 9월 진정한 상태며, 법 개정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그 기간 동안 중증장애인 도우미지원제도를 받으려고 했지만 ‘노인’이기 때문에 지원해줄 수 없다고 했다”며 “아직 정 씨는 만 33세로 젊은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노인요양시설로 들어가 사는 방법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차원에서 정 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활동지원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경남도도 정 씨와 같이 활동지원제도를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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