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 김인순 부장.ⓒ에이블뉴스

문재인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군가 손쉽게 접근 가능한 ‘유니버설디자인’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장애인 편의시설 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 속, 임기 내 ‘유니버설디자인’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갈 길’이 멀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유니버설디자인 정책 방향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 우리가 나아가야할 유니버설디자인 방향을 모색했다.

2016년 통계청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26만명, 이중 등록장애인은 251만명으로 전체 4.89%,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77만명, 10세 미만 인구는 447만 명이다.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장애인 뿐 아니라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 가능할 필요가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그리 어렵고 복잡한 것은 아니다. 이날 유니버설디자인을 소개하던 개발원 김인순 부장의 설명에 “그렇지, 반응. 적용” 플로어에 있던 한 장애인의 리액션에 대해서도 “이렇게 대답을 잘 해주는 것도 유니버설디자인”이라고 예를 들었다. 김 부장이 소개한 유니버설디자인의 원칙은 7가지다.

‘동등한 사용, 사용상의 융통성, 손쉬운 이용, 정보이용의 용이, 안전성, 편리한 조작, 적당한 크기와 공간’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 김인순 부장이 소개한 유니버설디자인 사례.ⓒ에이블뉴스

화장실 속 데크를 설치하면 단차가 없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도, 어린이도 걸려 넘어지지 않고, 물빠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목발을 짚는 장애인을 위해 손잡이가 필요하다면? 모든 가족에게 손잡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 ‘접었다, 폈다’ 하는 손잡이를 설치하면 된다. “모두를 위해서”

주민센터 민원대도 굳이 휠체어 사용 장애인만을 위한 민원대를 따로 설치할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이 이용 가능할 수 있도록 낮게 설치해 휠체어도 드나들고, 의자도 놓을 수 하면 된다. 영화관도 좌석 옆 공간에 휠체어석을 만든다면 비장애인 동료와 함께 앉아 영화를 볼 수 있다.

김 부장은 “장애인석을 만들 필요는 없다. 장애인석을 맨 뒤나 맨앞에 설치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오히려 분리를 야기시키는 것”이라며 “비장애인 연인과 함께 함께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 유니버설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장혜진 교수와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일본의 세탁기.ⓒ에이블뉴스

성신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장혜진 교수가 소개한 유니버설디자인을 고려한 국제 사례도 흥미롭다.

호주 시드니시 전역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2100여개의 촉각사인, 연령과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사용 가능한 환자를 위한 메디컬 결제서비스 기기, 어린이 노인 장애인 모두 편리하게 사용 가능한 일본의 세탁기 등까지.

다양한 사용자층이 고려 가능한 제품을 출시하는 OXO는 “다양한 사용자층으로부터 사용 가능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알아둘 만 하다.

장 교수는 “향후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위해서는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하고, 성별 나이 피부색 인종 장애를 초월해 평등하게, 그리고 사회적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나 지자체에서도 장기적 플랜을 구축하고 시민들의 인식 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유니버설디자인 정책 방향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 우리가 나아가야할 유니버설디자인 방향을 모색했다.ⓒ에이블뉴스

유니버설디자인, 너무 좋으니까 당장 도입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 많은 과제가 산적해있다. 장애인 편의시설 적정설치율이 60.2%에 그치는 현실 속, 편의시설 적용범위를 법률마다 차등적 또는 최소한으로만 규정돼 있어 당사자들의 편의시설 체감률은 매우 낮은 형편이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지난 2015년부터 BF 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많은 심의 신청자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냐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약자를 먼저 생각하고 일방적 배려가 아닌 공존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함께 같은 출입구로 들어가는 것이 유니버설디자인의 정신이다. 정책과 제도, 이 사회의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윤영삼 연구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의 생활환경은 공공 뿐 아니라 민간에도 적극 참여가 필요하며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이용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이용하기 어려운 공간과 제품, 정보의 양산을 막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개발원 UD환경팀 안성준 팀장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내 적용 가능한 요소를 도출함으로서 전부처가 함께 추진해 나아갈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유니버설 디자인 환경 조성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며 “어느 한 부처의 노력으로는 온전히 정착시킬 수 없다. 각 부처의 정책 수립시 유니버설디자인 요소가 반드시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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