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화언어법’이 지난해 8월, ‘점자법’이 올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시·청각 장애인의 특수 문자·언어가 공식적인 문자·언어로 인정된 만큼, 앞으로 수화언어와 점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화언어’와 ‘점자'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첫 번째로 수화언어의 유래와 역사, 수화언어에 관한 이슈에 대해 살펴봤다.

■공식 수화언어의 탄생=인간의 역사 중 아주 초창기부터 이미 인간은 기본적인 생각들을 표현하기 위해 간단한 수화를 사용했다.

음성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호작용 방식이 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의사소통 시 여전히 손짓과 표정을 통해 생각들을 전달하고자 했다.

고대 시대에 청각장애인은 종종 박해를 받거나 학대를 당하기도 했기에, 청각장애인이 고유의 언어를 창조해나갈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는 1500년대까지 이어졌는데, 처음으로 수화언어(이하 ‘수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스페인의 베네딕트회 수도사인 페드로 폰세 데 레온(Pedro Ponce de Leon)이 침묵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수어를 창조하면서부터였다. 그의 수어는 이후 청각장애아동들에게 가르쳐지기 시작했다.

17세기에 들어, 페드로 폰세 데 레온의 제자였던 후안 파블로 보넷(Juan Pablo Bonet)은 수어사전과 알파벳 지문자를 알려주는 책을 발간했다.

알파벳 지문자는 음성대화의 다양한 소리들을 각각 나타낼 수 있는 손짓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청각장애인이 교육받을 때에 독해, 독화(speech reading, 말하는 사람의 입술, 표정, 전신의 움직임 관찰, 발화 장면이나 전후관계, 문맥 등의 종합적인 판단으로 상대의 발언을 이해하는 방법), 작문 등의 다양한 방법들과 동원되어 사용되었다.

1771년, 프랑스 수도자 아베 드 레페(Abbe de L’Epee)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무상공립학교인 국립청각장애인학교(Institut National de Jeunes Sourds, INJS)를 설립했다.

프랑스 전국으로부터 많은 청각장애아동들이 이 학교에 입학했는데, 이들은 서로 다른 수어들로 의사소통했다. 아베 드 레페는 그의 학생들의 수어들을 이용하여 표준수어를 개발했고, 이는 오늘날 옛 프랑스 수어로 일컬어지고 있다.

청각장애교육이 미국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였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유명한 의사였던 메이슨 핏치 콕스웰(Dr. Mason Fitch Cogswell) 박사는 청각장애를 가진 딸 앨리스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원했다. 그는 이웃이었던 토마스 홉킨스 갤로뎃(Dr. Thomas Hopkins Gallaudet) 박사와 함께 청각장애아동에게 수어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영향력 있는 그의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는 간신히 기금을 마련하여 갤로뎃 박사를 유럽에 수어를 배우도록 보낼 수 있었다.

갤로뎃 박사는 아베 드 레페가 설립한 국립청각장애인학교를 방문해 그곳에서 수어와 교수법을 공부하기 위해 수개월을 머물렀다. 청각장애아동에게 어떻게 수어를 가르칠지에 대한 확신이 들고 나서야 비로소 그는 미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그는 아베 드 레페의 학교에서 가장 유능한 교육자 중 한명이었던 로랑 끌레르(Laurent Clerc)와 함께 귀국했는데, 이 둘은 1817년에 미국청각장애인학교(American School for the Deaf)를 설립하게 되었다. 갤로뎃 박사는 그의 학생들의 수어들을 연구했고 이를 프랑스 수어와 결합하여 미국수어(American Sign Language, ASL)를 탄생시켰다.

미국수어의 지문자는 영어의 알파벳을 본떠 만든 것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에서만 쓸 수 있다. 다른 문자 체계를 가진 나라의 청각장애인에게는 다른 지문자 체계가 필요하다. 미국수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수어이지만, 결코 세계 공통어인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반, 세계농아인연맹(World Federation of the Deaf)은 1,500가지의 손신호를 담고 있는 국제수어 ‘제스투노(Gestuno)’ 사전을 출판했다. 제스투노는 미국수어와 유럽수어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는데, 청각장애인올림픽(Deaflympics)과 같은 많은 국제적 행사에서 쓰이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세계농아인연맹은 국제수어 ‘제스투노(Gestuno)’ 사전을 출판했다. ⓒ http://brett-zamir.me/gestuno

■구화법(Oralism)과의 논란=구화법(Oralism)은 청각장애아동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 방법은 아동이 교실 안팎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핵심은 아동들이 독화(lip-read)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고, 청각장애인이 수어 대신 말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 방법은 수년간 매우 인기 있었지만, 지난 몇 십 년 동안 하락세를 보였다. 청각장애인 사회는 구화법에 맞서 싸웠는데, 구화법이 청각장애아동을 고립시키고 청각장애문화가 발전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청각장애교육은 청각장애인 사회와 난청 혹은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 사이에서 아주 뜨거운 주제이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때 수어의 필요성을 깨닫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그들의 아이들이 건청인들 사회에 속하길 바라는 마음에 독화하고 말하는 법을 훈련받길 원한다.

기존의 청각장애교육은 아동을 청각장애기관에 보내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요즘에는 부모가 집에서 아이들에게 해당지역 학교지구를 통해 똑같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전의 학교와 사회와는 달리, 이제 청각장애인은 고립되지 않는다.

구화법은 청각장애인이 건청인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고자 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족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는 등 고립감을 느끼게 했다.

수화법(manualism)이냐 구화법이냐를 두고 첨예한 대립과 논쟁이 있었는데, 비청각장애인들은 구화법을 강조한 반면에 청각장애인 사회는 수화법을 지지했다. 구화법을 옹호하는 일부 사람들은 구화법을 배운 학생들이 수화법을 배운 학생들보다 독해력이 높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청각장애문화는 수어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청각장애인이 청각장애학교에서 일반학교를 다니는 것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청각장애인 사회는 건청인 부모들의 청각장애아동과 관련하여 난제를 겪고 있다. 구화법이 비록 예전처럼 인기는 없지만, 인공와우와 학교에서 새로운 교수법들이 생겨나면서 교육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 출처: http://www.deafwebsites.com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이정혜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5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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