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개편 추진 방향 설명회’에서 장애인들이 피켓으로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내년 하반기 시행을 앞둔 ‘장애등급제 개편’의 윤곽이 드러났다. 일단 오는 2018년까지 단기적으로 욕구 등을 고려한 종합판정도구를 활동지원, 거주시설 등을 우선 적용시킨 후, 장기적으로 일상생활지원, 소득지원, 고용 등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장애계 반응은 제각각이다. “완전 폐지 해야 한다”며 강하게 부정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현실적”이라고 동의하는 목소리도 있어 복지부는 난감함에 빠졌다.

복지부는 2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개편 추진 방향 설명회’를 통해 장애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이 같은 개편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장애등급제 개편 중장기 로드맵.ⓒ에이블뉴스

■장애등급제 개편, 드러난 윤곽=현재 장애등급제 개편은 의학적 판정에서 벗어나 서비스 종합판정, 중경증, 별도 기준 등 서비스 제공기준을 다양화 하는 목표로, 지난 2015년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내년 하반기 목표로 하고 있다.

서비스종합판정체계는 일상생활동작(ADL), 수단적 일상생활 수행능력(IADL), 인지, 정신 등 장애특성, 거주환경 등을 대상으로 가구방문 대면조사를 통해 판정한다. 조사자는 국민연금공단 지사 소속의 조사원으로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자격 소지지다.

서비스 제공기준 개편은 서비스 특성에 따라 현재 획일적인 장애등급에 따라 74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벗어나, 서비스 종합판정, 중경증, 별도기준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중·경증은 중증 30%, 경증 15~20%로 검토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활동지원, 야간순회, 보조기기 등 6개 서비스(50.7%)가 우선적 서비스 종합판정에 적용한다. 나머지 건강보험료 할인, 양육지원, 의무고용, 인턴제 등 51개 서비스는 중·경증을 기준으로 제공한다. 막대한 재정소요로 단기적으로 현재 기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장애인연금 등은 별도의 기준을 개발해 적용한다.

이후 2019년부터는 근로능력평가, 이동성평가를 개발해 돌봄, 소득고용, 이동까지 종합판정을 25개(93.8%)로 늘리고, 건강보험료는 중경증으로 적용, 별도의 기준 마련이 불가피한 징병검사면제는 별도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예정이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이준미 사무관은 “건강보험료 감면의 경우 등록장애인이 전부 같은 감면율을 적용하기 힘들고,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하면 매년 소득조사를 하는 것도 곤란해 중경증으로 나눌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징병검사 면제의 경우도 등록장애인을 전부 면제하기도 곤란하다는 병무청의 답변에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개편 추진 방향 설명회’에서 장애인들이 피켓으로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현실적” VS “완전 폐지” 엇갈린 반응=하지만 이날 설명회에서 일부 장애인단체들은 “등급제를 완전 폐지하라”며 개편 방향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10여명의 회원들은 설명회 시작에 앞서 ‘요식 설명회는 기만이다’, ‘박근혜표 등급제 개편을 즉각 중단하라’ 등의 피켓과 함께 “장애인들은 왜 판정해야 하냐”, “복지부 공무원은 판정하고 급여 받냐”고 외치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정훈 정책국장은 “중장기로드맵에 장애인연금이 별도기준으로 단기에 나와 있다. 연말에 예산 요구안을 통해 3급까지 넓히자고 말씀 드렸는데 별도기준은 뭔지 어이가 없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 임을기 과장은 “장애인연금은 근로능력이 없어서 소득보전이 곤란한 분들에게 지원하는 취지인데 지금은 3급 중복이면 지급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근로능력이 없는 경증장애인들은 받을 수 없다”며 “연구진들에서 말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아서 어떤 기준의 사람들에게 지급할지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 당장 적용하지 못하고 소요예산을 책정해 2019년 적용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이 국장과 임 과장은 ‘중경증 단순화’를 두고 첨예한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먼저 이 국장은 “우리는 등급단순화에 동의한 적이 없다.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가 목표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임 과장은 “단순화가 기본 베이스가 아니다.활동지원 등은 종합판정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지 등급을 쓰지 않는다. 다만 건보료 할인 등 서비스종합판정이 어려운 감면할인서비스가 중경증 기준이 적용된다”고 답했다.

이 국장 또한 “완전 폐지는 어떤 기준에 따라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다시금 비판하자, 임 과장은 “그럼 감면할인제도에 대한 전장연 측의 대안이 있다면 달라”고 받아쳤다. 결국 “그 것은 장애인들에게 물으면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이라는 이 국장의 답변으로 마무리됐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실장은 “사실 장애등급제 개편 과정에서 진행 방향을 보면 당사자가 직접 의견을 전달하는 등의 접근이 차단돼있었다. 법이나 제도 서비스가 개편되려면 구체적 예산이 잡히고 로드맵이 나와 줘야 하는데 나와 있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잡혀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예산이 어떻게 쓰일지 나와 있지 않아 믿음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과장은 “방향이 잡히고 나서 장애계가 동의를 하면 부처 협의를 통해 구체적 소요 예산이 나올 예정이다. 이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소요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책정해 다음번에 말씀드리겠다”며 “설명회를 통해 벽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당사자 참여 기회 보장 부분은 오늘 설명회를 시작으로 좀 더 소통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복지부 개편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는 지난달 열린 장애인정책협의체에서도 대체적으로 동의한 부분이기도 하다. 설명회 질의응답이 길게 늘어지자 자리를 뜨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이상진 사무총장은 “한 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냐. 당장 등급을 없애고 제도가 확 바뀌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일단 현실적으로 등급을 없애고 판정도구에 적용할 서비스부터 하고나서 점진적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동의한다. 다만 최종 목표는 등급제 폐지가 돼야 하는 부분이 맞다. 이는 지난달 장애인정책협의체에서도 동의한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국장루장애인협회 전봉규 이사장은 “복지부의 개편 방향이 현실적으로 맞는 부분이다. 동의한다”며 “일부 장애인단체에서 대안도 없이 생떼 쓰는 것 같다”며 설명회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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