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노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부양의무제 때문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넉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부양의무제로 인해 장애인들에게 비극의 현주소가 돼 버린 광화문 농성장에 4개의 영정사진이 추가로 안치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9개 단체는 7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4명에 대한 노제를 진행했다.

올해 1월 24일 대구에서는 발달장애인 언니를 둔 동생이 ‘할 만큼 했는데 지쳤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어 2월 2일 전남 여수에서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끝내 삶을 포기하고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4월 15일 서울시 중랑구에서 70대 가장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는가 하면 8월 30일에는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던 70대 노모가 지체장애인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 4명은 부양의무자 기준(이하 부양의무제)으로 인해 생활고 걱정에 억울하게 죽어간 장애인과 가족들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이하 부양의무제)의 부양의무자 범위는 ‘본인의 배우자와 1촌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연락이 닿지 않는 부모, 자식, 사위, 며느리에게까지 부양의무가 지워진다.

부양의무자가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실제 부양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가난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게 죽어 간 억울한 원혼들을 위로하고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기 위해 광화문 해치마당 지하에 빈소를 차려 놓은 지 약 3년. 영정은 하나 둘 늘어 총 16개가 됐지만,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만 되고 있는 상태다.

(왼쪽부터) 김재형 부회장, 양영희 회장, 김윤영 사무국장이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재형 부회장은 “부모자식간은 천륜인데 이 천륜을 끊게 만드는 것이 부양의무제다. 부양의무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러한 비극은 나와 내 딸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 “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도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희외 양명희 회장은 “천륜을 끊게 만드는 이 상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안타까움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항의하고 분노해서 이 세상을 바꿔나가야 한다”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많이 완화했다고 하지만 소득기준에 국한될 뿐”이라면서 “불합리한 재산기준은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고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을 1촌내 직계혈족 및 배우자로 포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이번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을 통해 12만명의 부양의무자 기준 사각지대를 수급자로 발굴하겠다고 했지만 12만명은 최근 2년간 줄어든 수급인구인 20만명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숫자이고, 사각지대에 놓인 인구의 10분의 1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예산은 6조 8000억. 현재 예산 7조를 합하면 15조 정도가 된다. 15조의 비용은 우리나라 전체 GDP에 1%에 불과한 비용인데 너무 돈이 많이 들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가족 누군가의 생존을 위해 누군가가 죽지 않는 세상을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꼭 이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4개의 영정사진을 들고 부양의무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7일 전장연 등 9개 단체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최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노제 전경. ⓒ에이블뉴스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노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부양의무제 때문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넉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삼헌 씨가 7일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노제에서 진혼굿을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노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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