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이 광화문농성 3년을 맞아 21일 개최한 투쟁결의대회 전경. ⓒ에이블뉴스

지난 2012년 8월 21일 경찰과 12시간되는 긴 사투 끝에 작은 돗자리 하나를 펼치며 시작된 광화문 농성이 3년을 맞았다. 지겨웠던 폭염과 한파 속에서도 이들은 항상 농성장을 지켜왔다.

하루 24시간 농성장에서 생활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악법이라고 불리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려 폐지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 같은 노력에 따라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다. 2012년 대선 당시 각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부양의무제 역시 제도에 모순이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2017년 하반기부터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에 앞서 중·경증으로 단순화해 적용할 방침을 밝히며 당초 약속했던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가 아닌 완화를 선택한 것.

부양의무제 역시 지난달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선을 상향시킴으로써 폐지대신 기준의 완화를 택했다. 때문에 기초수급자가 못 된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

그 사이 농성장에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의 비극을 알리는 영정만 하나 둘 늘어났다. 장애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해 눈앞의 불길을 피하지 못했던 송국현 씨 등 12개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지칠 법도 한 3년이란 긴 시간동안 해볼 만큼도 해봤지만 아직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제도적 모순을 잘 알기에, 다음세대에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이 광화문농성 3년을 맞아 21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투쟁결의대회에서는 서울, 대구 등 전국 500여명의 사람들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매년 광화문농성장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김시형(사진 좌)씨와 선철규(사진 우)씨. ⓒ에이블뉴스

매년 농성장을 지켜오고 있는 김시형(32세, 대구시, 지체1급)씨는 “장애등급제는 사회적문제이기도 하지만 나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언제 등급에 떨어져 어려움에 처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무더위에도 긴 옷을 차려입고 침대에 누워 자리에 이 자리에 함께한 선철규(37세, 서울시, 지체1급)씨도 농성장의 열혈 지킴이다. 한 달 전까지 지방에 살았음에도 매달 한 번씩은 농성장을 찾았다.

철규 씨는 “농성장에서 장애등급제를 모르는 시민들에게 장애등급제의 문제점을 알려왔다”면서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활동을 못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농성장 지킴이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성주(사진 좌)씨와 김신애(사진 우)씨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성주(44세, 광주시, 지체2급)씨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에도 있던 것이었기 때문에 농성이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면서도 “다음 세대에 이 악법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투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김신애(47세, 울진군)씨는 “내 자식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달라진 게 없어 지칠 때도 있지만 내가 내 아이를 포길 할 수 없듯이 장애등급제폐지와 부양의무제폐지를 위한 농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지금처럼 농성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동행동은 광화문농성 3주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1박 2일 마친뒤 22일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국무총리 면담촉구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21일 광화문농성 3주년을 맞아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에이블뉴스

광화문농성 3주년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한 장애인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 등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8.21 장애빈민해방 공동선언식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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