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에 새로 등장한 장애인 주차요금 규정 표시판. ⓒ구글 이미지 캡쳐

미국 장애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10일부터 메릴랜드 볼티모어 지역에서 장애인이 도로변 주차를 하려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여태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일이어서 모두 어안이 벙벙이다.

인터넷으로 검색어를 뒤지면 거의 대부분이 볼티모어 무료 주차 굿바이라는 제목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주차요금 몇 달러 지불하는 것에 대한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애인들은 미국에서 장애 정책이 후퇴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미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이런 일이…’하며 혀를 차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미국은 명실공히 장애 제도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도 따를 수 없을 만큼 대단한 나라였다. 그 만큼 무섭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천문학적 숫자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장애 제도 발전은 속도가 마냥 늦어지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의 당면 문제인 주택과 직업 문제에 있어서 정부의 지원 발표만 요란했지 실제 장애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혜택은 미미하기 그지 없다. 단지 주택 문제 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야에서 발전 속도는 거북이 거름이다.

그래도 상향 곡선이던 발전이 이제 장애인 도로변 주차 요금 부과를 기점으로 갑자기 하향 곡선을 그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주차요금을 발부하게 된 배경이다.

장애인 주차요금 부과의 제일 큰 원인은 차 안에 걸게되는 장애인용 플래카드의 도난 때문이라고 당국은 해명했다.

보통 볼티모어 지역에서 일년에 2000개의 장애인 플래카드가 도난을 당하는데 작년에는 하루에 다섯개씩 도난이 되었다. 이는 제일 많이 도난당하는 물품중 하나다. 도난된 플래카드는 비장애인이 사용하거나 암시장에 팔게되는 데 보통 한개에 300달러라는 고액에 거래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육책의 하나로 장애 플래카드를 소지했더라도 똑 같이 요금을 부과하게 되면 플래카드 도난 사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또한 플래카드를 훔치기 위해 유리창의 파손도 막을 수 있어 장애인에게도 재정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조치가 실효를 거두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은 예견하기도 했다.

도난이라는 사회 문제로 엉뚱하게 장애인들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교통 관련 수입이 정부에 큰 도움이 된다는 보고들이 잇다르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또 정부 수입을 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가 않다.

또 한편으로는 도난을 방지할 수 있는 번호판에 장애 표시를 영구적으로 해 놓는 등의 방법 등을 강구하기 보다는 장애인에게 직접적으로 요금을 부과해 재정적 부담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높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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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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