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장애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장애등급심사’ 문제는 장애인계의 크나큰 반발을 불러왔다. ⓒ에이블뉴스

‘장애등급심사’가 올 한해 장애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에이블뉴스가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2010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71표를 얻은 장애등급심사가 1위에 선정됐다.

장애등급심사 문제는 294표로 10위에 랭크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촉발시켰다면, 이후에는 520표를 얻어 2위에 오른 장애인연금이 확산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올해 정부는 더욱 강화된 활동보조서비스 지침을 만들어 시행했다. 지침의 핵심 중 하나는 장애등급 재심사다. 기존에는 2009년 10월 12일 이후 신청자만을 대상으로 장애등급 심사가 진행됐지만, 올해부터 2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 것.

장애인들은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의 재심사 결과 1급이 2급으로 조정돼 활동보조서비스 지원이 끊기는 일이 생겨나, 생존권의 위협이 된다며 국가인권위에 집단 진정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다.

특히 장애인연금 지급 전 신규 신청자에 대한 장애심사센터 심사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등급하락으로 이어지는 일이 발생, ‘장애등급심사’ 문제를 확산시켰다. 장애인들은 장애인연금 반납 퍼포먼스를 벌이며, 심사 거부에 나서기도 했다.

2위 ‘장애인연금’은 지난 7월 30일 첫 지급됐다. 지급 수준은 1급과 2급의 장애인과 3급 중 일부만이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를 합해 월 9만원~15만원. 장애인계는 장애인연금이 실질적인 소득상승의 효과가 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내년 장애인연금은 기초급여 1000원 인상으로 확정됐다.

3위는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활동지원법(442표)’. 정부는 내년 10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도입을 위해 장애인활동지원법을 마련했다. 당초 오는 2012년 도입으로 계획을 잡고 있었지만 정부의 친서민 정책 일환으로 앞당겨졌다.

장애인계는 장애인활동지원법에 대해 본인부담금과 대상제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고,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과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정부안에 반대하며 본인부담금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대체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법률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4위는 기적 같은 은메달로 다음 대회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 ‘벤쿠버장애인올림픽(369표)’이 선정됐다. 우리나라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첫 출전임에도 결승에 진출, 캐나다와 박빙의 1점차 승부를 펼쳤다. 아쉽게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SBS를 통해 생중계된 경기는 장애인을 비롯한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동계스포츠의 기대와 재미를 심어줬다.

5위는 대전지역 고등학생 16명이 지적장애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대전성폭행(387표)’이 차지했다. 지적장애인을 비롯한 여성장애인의 성폭력은 매년 지속돼 오고 있고, 대책 마련 요구 또한 계속돼 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계는 다시한번 성폭력처벌법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간음 등)에서 명시하고 있는 ‘항거불능’ 요건 삭제, ‘발달장애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 구체적인 수사지침 및 계획 수립’, ‘발달장애여성 성폭력 사건 지원을 위한 정책 마련’, ‘전 경찰 및 검찰 대상으로 한 장애인 성폭력사건 이해 향상 교육 의무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 장애인보호시설 교사의 원생 상습폭행이 알려지고, 전국시설의 홈페이지에 장애인들의 신체노출 등 개인신상정보 공개가 도를 넘는 등 시설 내 인권침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장애인인권’이 385표로 6위에 올랐다.

7위는 330표를 얻은 ‘세계장애인의 날’. 장애인 및 장애부모들은 UN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날인 12월 3일을 전후해 거리에서 또는 국가인권위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대상제한 폐지,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및 발달장애인법 제정 등을 외쳤다.

올해의 키워드 8위는 인물이 선정됐다. 308표를 얻은 양경자 전 한국장애인공단 이사장이다. 양경자 이사장은 낙하산 인사 및 자격논란으로 장애인계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취임 6개월여 만에 사퇴했다.

9위는 ‘보험가입 차별(298표)’로 장애를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당해온 지적장애인들과 정신장애인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처음으로 보험차별에 관한 구제청구소송을 진행했다. 장애인의 보험차별은 매년 되풀이된 사안이다.

보험사들은 상법 제732조에 ‘15세 미만인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을 들어 장애인들이 보험가입을 거절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17조에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장애등급심사의 불씨가 됐던 10위 활동보조서비스는 정부가 올해 1급 중증장애인 3만 명을 대상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했지만, 장애인들의 높은 이용 욕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급기야 일부 지역에서 예산이 없어 신청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장애인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이 밖에도 ‘지하철 추락(11위)’, ‘섹스자원봉사(12위)’, ‘2011년 예산안(13위)’, ‘장애인화장실(14위)’, ‘한국장애인고용공단(15위)’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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