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3라디오 FM 104.9MHz 개국식에서 청취자 대표로 축사를 하고 있는 오문영 서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에이블뉴스

전라북도 남원의 깊은 시골에서 태어나 3살 때 소아마비로 중증의 장애를 갖게 된 오문영 씨. 오 씨는 작은 창으로 내다보는 푸른 하늘이 볼 수 있는 세상의 전부였고, 부모님은 들판으로, 동생들은 학교로 그렇게 식구들이 다 나가고 나면 혼자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 당시 오 씨의 유일한 친구는 바로 라디오였다. 오후 3시30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내일은 푸른하늘>을 통해 그 자신이외에도 이 세상에 장애인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애인도 공부를 하고 장애인도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때부터 어렴풋하게나마 꿈을 갖게 됐다.”

그리고 KBS 3라디오가 개국되면서 오 씨의 꿈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전해주는 장애인 관련 정보들 덕분에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대신 휠체어로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오씨는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장애인인권이 확보되고 장애인복지가 발전돼야 한다는 것을 KBS 3라디오를 통해 배웠다”면서 “KBS 3라디오는 스승이자 어머니”라고 말했다.

제30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후 KBS 공개홀 로비 한 켠에 마련된 KBS 3라디오 FM 104.9MHz 개국식 행사장. 그동안 AM 639㎑로 방송하다 지난 1월 1일 AM 1134㎑로 청취범위를 확대한데 이어 2월부터 시작한 FM 시험방송을 끝내고 이날부터 FM 본방송을 시작하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오 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행사장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첫 마디를 꺼냈다. “지금 제 가슴이 뛰고 있습니다. KBS 3라디오가 FM으로 새롭게 거듭나게 된 것이 꿈만 같기 때문입니다.”

오씨는 현재 서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KBS 3라디오가 제가 할 일을 찾게 해준 것”이라는 고백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오 씨는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도 잘 들리지 않아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애꿎은 라디오만 탓했다”고 말해 KBS 3라디오의 FM 개국이 얼마나 절실한 과제였는지 짐작케 했다.

“오늘부터 KBS 3라디오가 FM으로 방송이 됩니다. 날개를 단 기분입니다. 저처럼 KBS 3라디오를 친구로 삼고 지내는 장애인 분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귀한 방송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KBS 3라디오를 FM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씨는 이날 청취자 대표로 KBS 김인규 사장과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과 함께 축하 케이크를 절단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KBS 3라디오를 보다 깨끗한 음질로 청취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점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장애인을 위한 방송의 역할이 보다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면서 “KBS 3라디오가 장애인을 포함해 우리 국민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아울러 주기를 기대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KBS 김인규 사장은 “제가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부회장으로 5년 동안 활동하다보니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제가 보기에 아직 장애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갈 길이 너무 멀다. KBS 3라디오, KBS 전 사원과 함께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개국식에는 김선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채종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 최경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최동익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 가수 클론의 멤버 강원래씨, 민주당 박은수 국회의원, 시각장애인 방송인 심준구씨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KBS 3라디오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10시간 릴레이 특집 방송을 통해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고 FM 개국을 자축했다. 특히 오전 9시 5분부터는 1라디오와 동시에 <대한민국 1교시>를, 오후 2시 5분부터는 개국 현장 생방송 ‘아이 캔 두’(I can do)를 방송했다. 오후 4시부터는 설운도, 주현미, 비스트, 케이윌 등이 출연하는 개국 특집 공개방송 ‘사랑해요 3라디오’ 라디오 공개홀에서

KBS홀 광장과 공개홀 로비 등에서는 우수 장애인생산품을 전시 판매하는 바자회를 열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선정한 20여개 장애인작업장 및 기관에서 만든 물품들이 전시되고 판매됐다. 점자 명함 만들기 행사와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안마시연도 열려 인기를 끌었다. 이 행사장에서는 KBS 인기 아나운서와 연예인들이 기증한 물품도 전시 판매됐다.

오문영 서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KBS 김인규 사장,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과 함께 축하 케이크를 절단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KBS 3라디오 FM 104.9MHz 개국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인 각계 인사들. ⓒ에이블뉴스

KBS 김인규 사장이 KBS 3라디오 FM 104.9MHz 개국 특별생방송에 참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KBS 3라디오 FM 104.9MHz 개국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장애인생산품 판매 전시회.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생산한 고추장, 된장, 과일 등이 전시 판매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클론의 멤버 강원래씨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마련한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안마 시연에 참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KBS 3라디오 FM 104.9MHz 개국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장애인생산품 판매 전시회장이 많은 인파들로 붐비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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