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진구의 한 주민센터. 수동휠체어를 타고 주민 센터 정문으로 들어가려던 박점수씨, 웬일인지 발길을 돌립니다. 전동휠체어 역시 마찬가지, 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사로 입구를 막아선 차량, 전동휠체어는 어렵지 않게 경사로를 타고 올라갑니다.

같은 상황에서 수동휠체어는 어떨까?

경사가 가장 심한부분만 공간이 있어 쉽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앞 유리창에 차주가 연락처를 남겼지만 가까이 갈 수 없어 전화를 걸 수도 없는 상태. 결국 취재진이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INT 박 점 수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화번호 보이세요? 잘 안보여요 여기서는…. 제가 가서 보겠습니다.

박 점 수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

차 좀 빼주셔야 되겠는데요. 예 감사합니다.

차량이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입구에 이제 막 들어섰을 뿐인데 숨을 헐떡이기 시작합니다.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만 박씨는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박씨는 보행에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위해 오늘 처음 수동휠체어에 앉았습니다.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휠체어를 사용하는 당사자는 어떨까?

수동휠체어를 사용한지 18년 됐다는 김필씨. 완만한 곳을 택해 경사로 입구에 쉽게 오릅니다. 그러나 김씨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집니다.

INT 김 필 (가명)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앞에는 경사가 얼마 안 되는데 중간부터 경사가 심해지거든요 여기 경사로는 조금 뜯어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수동휠체어 사용한지 얼마나 되신 거죠? 수동휠체어를 제가 탄지가 18년 정도 됐습니다.

그런데도 힘드신가요? 예

양 팔은 아무런 장애가 없잖아요? 예.

근데도 힘들어요? 근데도 힘듭니다.

화장실로 들어서는 김정미씨. 잡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INT 김 정 미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없다는 게 불편한 것 같아요

손잡이도 없고 잡을만한 것도 없다는 것도...

남자화장실은 어떨까?

세면대가 있는 곳까지는 어렵지 않게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대변기에 앉기 위해서는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INT 박 점 수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손잡이도 없고 도대체 어디 잡을 만한 게 전혀 없는데요.

거울에 얼굴이 보입니까? 안 보여요 아무리 이렇게 해도 앞 머리카락이 보일까 말까

INT 김 필 (가명)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바닥이 얼마나 미끄러운가요?

목발 밑이 고무로 되어 있는데도 미끄럽네요? 예 맞습니다.

이 타일이 미끄러운 재질입니다 원래…. 아이고, 진짜 큰일 나겠다.

INT 부산시 진구 OO동 주민 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지금 주민 센터 내부는 깨끗해 보이죠. 손대는 대도 위험해가지고 비도 새고 이래가지고 부분적으로 공사만 해놨지 지금 그대로 버티고 있는 겁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신경을 못 쓰시겠네요?

예, 편의시설…. 근본적인 주 공간도 억지로 꾸려 가는데 비오고 이러면 전기 꺼져가지고 전기공사도 지금 못하고 있는데요.

지금 남자 화장실도 같이 되어 있다가 근근이 분리해서 만든 겁니다. 남녀 공용하다가 남녀 공용 하는 것도 남자들 화장실 있는데 여자 들어오고 이래서 억지로 나눴는데 화장실이 볼일 보기도 진짜 힘들어요.

경사로는 입구는 차로 막아버리고…. 점자블록은 덮어 버리고…. 화장실에선 손만 씻을 수 있다. 중국어 교실도 있고, 요가 교실도 있고, 서예 교실도 있지만, 엘리베이터는…. 없다.

*정승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부산지역에서 장애인 문제,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한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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