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한국지역사회정신건강자원봉사단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생각하는 모임'을 갖고 정신장애인의 인권침해 실태에 대해 토론하고 인권보장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신장애인 인권침해 실태와 대안

정신건강의 날은 4월 4일이다. '4'라는 숫자는 우리 국민에게 불운한 숫자라는 오래된 편견을 갖고 있다. 정신장애인 또한 '예측 불허의 행동을 하고 무섭다'는 사회적 편견에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대구지하철참사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준 사건이었다. 편견문제와 함께 정신장애인의 인권침해 또한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변변한 실태조사 한번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월 29일 한국지역사회정신건강자원봉사단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생각하는 모임'을 갖고 정신장애인의 인권침해 실태에 대해 토론하고 인권보장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신장애인팀과 정신장애인 유관단체 실무자팀으로 나눠져 실시된 이날 모임에서 나온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인권침해 실태=정신장애인팀 토론에는 한국지역사회정신건강자원봉사단 이기연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와 샘솟는집 이방현 정신보건사회복지사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강남정신보건센터, 샘솟는집 등에 속한 정신장애인 4명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입원경험이 누적되는 것이(마치 전과가 늘어나듯이) 인식을 하고 또 들어왔다며 난폭하게 다룰 때 너무나 두려웠다."

"증상이 심한 동료환자가 보호사에게 욕을 했는데 이걸 가지고 때리고 결박을 해서 보호실에 가둬두어서 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요양원을 증축하는데 처음에는 일당 2만원씩 준다고 해놓고 나중에는 5,000원씩밖에 입금을 안 시켜주고 부당노동을 시켰다."

이날 토론에서 정신장애인 참석자들은 치료 재활 과정 중 직접 인권침해를 직접 당한 경험들을 쏟아냈다. 특히 치료시설이나 재활시설의 환경과 관련해 참석자들은 ▲좁은 방에서 칼 잠을 자야하는 것 ▲산책이나 휴게공간의 부족 등으로 인해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와 관련해서 한 참석자는 "심한 약 부작용이 와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참으라고만 하고 방치해둬서 엄청 고생을 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이밖에도 한 참석자는 "집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고, 치료비도 밀려서 요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제퇴원명령을 받고 나가게 한다거나 실사가 오면 갑자기 외박을 내보내는 등 입·퇴원과 관련한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되뇌었다.

▲지난해 4월 정신건강의 날을 기념해 열린 사이버대회에 참석한 정신장애인들의 모습.<강남정신보건센터>
■인권침해 원인과 해결방안=실무자팀 토론에는 의정부의료원 최경숙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인천알콜상담센터 차진경 정신보건간호사,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공의 홍창형씨, 샘솟는집 박재우 정신보건사회복지사 등이 참석해 인권침해 원인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된 내용 중 인권침해 해결방안으로 가장 중요하게 제시된 것은 치료자의 자질 향상이었다. 이와 관련 참석자들은 "치료자들이 인권보호의 필요성과 관련한 기본적인 인권교육을 근간으로 해서 전문기술이 뒷받침돼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매스컴이나 정부시책, 각종 자격요건에서 정신장애인을 규제대상자(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로서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날 토론에선는 "정신장애인들은 ∼를 할 수 없다"는 식이 아니라 "정신장애인들은 ∼에 참여할 수 있다"는 등 긍정적 형태의 관점으로의 변화 노력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한 기존의 증상이나 서비스 욕구에 따라 서비스 이용기관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지위로 서비스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즉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정신과는 다양한 평가와 검사가 필요한 급성 및 응급 환자가, 대형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은 요양보호가 더 필요한 사람이 서비스를 이용해야하는데 현재는 사회경제적인 위치가 서비스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증상이나 서비스 요구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전달체계가 재편해야할 것으로 제시됐다.

이밖에도 치료자들이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권력자처럼 군림하고 있는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호칭의 변화, 서비스 계획 및 제공에서의 참여를 촉진하려는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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