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 조병찬, 김희선 활동가가 지난해 상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우연구소 2004년 상담사례

정신지체장애 3급 조모군은 현재 고교 2학년으로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는데, 학교측으로부터 수업시간에 방해되고, 적응을 못한다고 전학을 종용당하고 있다. 담임교사도 부모에게 “부모의 체면 때문이라지만 아이를 방치하면 되느냐”며 특수학교를 권유하고 있다.

정신지체1급의 한 장애인은 국도 횡단보도를 지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해자는 무단횡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병원을 찾아왔으나 정신지체1급이라고 하니 “들을 필요도 없네”라고 하면서 가버렸다.

정신지체2급 박씨는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다. 형이 말이 안 통할 때 뒤통수를 때리고 욕을 한다. 아버지와 할머니도 욕을 한다. “너 같은 게 뭐”라고 하면서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까지 듣고 있다. 박씨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고 폭력이 두려워서 가만히 있을 뿐이다.

정신지체2급 한모씨는 이웃사람이 주민등록증과 등본을 요구해 줬는데, 그 이웃사람이 카드 보증을 세웠다. 현재 그 카드는 4천500만원이 연체돼 있는 상황이다.

3년 동안 복지관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해 온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지난해 4월 출근을 해보니 개인 짐들이 모두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작업장에서는 “개인 짐은 모두 가져가라”고 말할 뿐이었다. 더욱이 개인 물품을 분실한 장애인도 있었다. 수익을 내지 못한 채 4개월이 지나자 복지관측이 공간을 폐쇄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신지체3급 양모(29)씨는 일반회사를 다니다 해고당하고,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알선해준 한 업체에 2년 가까이 다니고 있다. 이 업체는 야근이나 휴일에 일하는 것을 특근으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가끔은 장애인들에게 체벌도 가한다. 양씨의 한달 급여는 50만원 정도.

정부가 고용장려금을 축소하자 회사 측에서는 “앞으로는 30만원밖에 줄 수 없다”며 월급을 더 깎으려고 하는 상황이다. 양씨의 어머니가 사장을 찾아가 “사장님께서는 사업하시는 분이 직원 월급을 하나도 부담하지 않고 100% 국가 지원금으로만 하시냐”고 물으니 “그럼 그만 두든지 아니면 30만원정도 받고 참고 다니든지 하라”고 그 사장이 답했다.

이는 지난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으로 들어온 정신지체장애인 관련 상담사례들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최근 3년간 상담결과를 분석해 보니 정신지체장애인 관련 상담 건수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42건이었던 정신지체장애인관련 상담 건수는 2003년에는 65건으로, 2004년에는 91건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었다. 2002년 전체 상담건수의 5.4%를 차지했던 정신지체장애관련 상담 비율이 2003년 8.9%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10%를 차지했다.

이는 135건(14.9%)으로 가장 많은 상담건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체장애인관련 상담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이다. 2002년 47.6%를 차지했던 지체장애인관련 상담이 대폭 줄어든 것에 비하면 정신지체장애인 관련 상담의 증가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변화가 아직 미미하지만 발달장애인관련 상담도 늘고 있는 추세다. 2002년과 2003년 각각 3건으로 전체의 0.4%를 차지했던 발달장애인관련 상담이 2004년에는 11건으로 전체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 조병찬 활동가는 1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정신지체장애인의 인권침해 사례와 대응과정’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담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조씨는 “신체적 장애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가 줄어드는 이유도 있겠지만, 조건부신고시설 생활자 인권확보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숨겨져 있던 정신적 장애인관련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결과”라고 정신지체장애인관련 상담 건수 증가 원인을 분석했다.

이날 토론회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 김희선 활동가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지역내에서 발생하며 ▲선행으로 포장되고 ▲제보자가 있어야 드러나며 ▲장애의 특성상 문제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정신지체장애인 인권침해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정신지체장애인의 학대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구가 마련돼야하며, 현행 금치산, 한정치산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성년후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정신지체장애인 인권침해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1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정신지체장애인의 인권침해 사례와 대응과정 토론회가 열렸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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