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가 18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설립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진행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계가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 국회 발의를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로 차별시정기구를 일원화하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남녀차별개선위원회, 남녀고용평등위원회 등의 기능을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하고, 장애인 차별시정기능도 인권위회에서 수행하기로 정하고 최근 법령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출한 법안과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상황으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인 심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

이 같은 차별시정기구 일원화는 장애인계가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의 내용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장애인계는 대통령 직속의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설립과 관련한 내용을 이 법안에 주요하고 포함시키고 있다.

장애인계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충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지난 18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설립 공개토론회에서 장애인계와 인권위는 이를 두고 한판 논쟁을 벌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법제정위원회 박종운 위원장은 “인권위 개정안은 기존의 인권위의위상과 권한은 그대로 둔 채 차별시정과 관련한 기능을 덧붙여주고 있을 뿐”이라며 “여전히 조사대상의 한계,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의 부재, 전문성 및 감수성의 부재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다른 차별 영역과는 달리 차별기간의 영구성, 차별유형의 총체성, 장애 및 차별 판단의 기준의 다양성 등의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 장애인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의 감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문성과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을 갖춘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총괄과 유인덕 서기관은 “차별시정기구의 중복·다원화에 따라 국민들의 진정기관 선택에 대한 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고, 유사사례에 대한 통일된 결정으로 차별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향후 유사사례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반박했다.

또 유 서기관은 “차별시정위원회에 심의기능을 가진 장애차별전문위원회를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인권위 권고는 비록 강제력은 없으나 권고에 대한 이행률(90% 이상)으로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장애인계가 제기하고 있는 차별시정기구 일원화에 대한 우려는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과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지난 14일 제253회 임시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이구동성으로 장애인계가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의 내용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정부의 입장을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물었다.

특히 정 의원은 “대통령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1월 차별시정기구를 인권위로 일원화한 후 장애인문제도 인권위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결정을 했으며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며 “이렇게 되면 추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차별금지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관리하는 법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장애인계는 직접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을 조만간 의원입법 발의 형식을 빌어 국회로 올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