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협회 등 120여개 단체의 100여명의 참석자들이 가두행진을 하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청각장애인 권익관련법안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에이블뉴스>

한국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인 관련 법률 개정을 촉구하며 지난 16일 오후 서울 시청앞을 출발해 탑골공원에 이르는 도보시위를 벌였다.

집회에 참석한 지역 농아인협회 등 120여개 단체의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가두행진을 하며 ▲한국영화에 한글자막상영 의무화(영화진흥법) ▲청각장애인의 1종 운전면허 제한 폐지(도로교통법) ▲농아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수화통역과 자막방송을 의무화(선거법)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청각장애인 권익관련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농아인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경우 생계문제도 심각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차별 또한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청각장애인들은 의사소통의 문제에서부터 정보․통신접근차별, 방송접근차별, 교육접근차별, 문화접근차별 등 사회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인들도 인간다운 삶,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한다”며 “이러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농아인협회는 국회에 대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16일 오후 2시 농아인협회는 장애인 운동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농아인의 인권향상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청각장애인인권센터 김기범 소장은 “높은 실업율, 저소득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농아인들이 자동차를 이용해 노점이나 운수사업 등 새로운 직종에 진출하고 싶지만 운전면허 1종을 취득할 수 없어 이마저도 포기해야 한다”며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른 차별을 지적했다.

도보시위에 앞서 열린 '농아인의 인권향상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청각장애인인권센터 김기범 소장은 청각장애인이 겪고 있는 다양한 차별사례를 지적했다. <에이블뉴스>

특히 김 소장은 지난 2002년 청각장애 2급인 한 여성이 산업재해로 오른손 3,4지가 절단됐지만 단순한 손가락절단 보상밖에 받지 못한 예를 들며 “농아인에게 손은 단순한 손의 기능을 넘어 건청인이 말을 할 수 있는 혀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도 언어기능상실에 해당하는 판정을 받지 못한다”며 “현행 산재기준은 농아인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차별사례를 소개했다.

이 외에도 김 소장은 ▲수화통역사의 부족 등으로 인한 의사소통차별 ▲수화통역이나 한글자막 지원부족으로 인한 방송·영상물 접근차별 ▲교육과정에서의 통역, 자막, 보청시스템 지원 부족등으로 인한 학습물접근차별 ▲선거 시 TV토론방송에서의 수화통역이나 자막방송 부족으로 인한 참정권 제한 등도 지적하며 관련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재활복지대 허일 교수는 “청각장애인들의 장애는 신체기관의 손상과 기능저하보다는 사회 참여에 가해지는 억압과 차별에 의한 것이 훨씬 비중이 높다”며 “이는 건청인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사회참여 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로써 이제는 건청인중심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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