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장애 유형에 대한 경찰들의 이해 부족과 실정법상 장애인들의 형사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돼 있지 않아 '인권' 사각 지대에 놓여있다.

수사기관의 정신지체장애 이해부족으로 발생

수업시간중 학교근처를 배회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생 홍(18·정신지체3급)군이 지난 2002년 11월 수업시간중 학교근처의 교회를 배회하다가 관리인에게 발견돼 파출소로 현장 연행됐다.

관리인은 '예전에도 교회에서 자판기 돈이나 성경책이 없어진 일이 있었다'고 말했고, 경찰은 조사과정에 그 내용을 바탕으로 홍군을 추궁했다. 미성년자인 홍군은 교복을 입고 있었으며 '자폐성향'이 있던 터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장애'가 있음이 확인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사를 마칠 때까지 보호자나 학교로 연락이 가지 않았다.

겁을 먹은 홍군은 '허위자백'을 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고 나서야 연락을 받은 홍군의 어머님이 검찰로 찾아갔지만 검사는 어머님을 사무실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한 채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현장범이 아닌 상황에서의 현장체포, 여죄추궁, 보호자에게 연락하지 않는 등 경찰의 납득할 수 없는 조사과정과 이를 토대로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검찰에 대해 어머님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로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이에 따라 '기소유예처분'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 당했다.

홍군의 어머님은 아무런 물증도 없는 상황에서 정신지체를 가진 미성년자의 자백만으로 '유죄판결'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기소유예'처분이 내려져야 했는지 당시 상황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모두 정신지체인, 문제 더욱 심각

가족 모두가 정신지체를 갖고 있어 형사상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도움을 줄만한 사람이 없다면 고스란히 가해자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02년 12월 쌍둥이 형제(형제모두 정신지체·17세)는 병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중 개 농장을 지나다가 묶여있는 개가 귀엽다며 만졌다. 이를 본 주인은 개 도둑이라고 생각, 이들 형제 중 동생을 잡아 폭력을 휘둘러 턱뼈가 부러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집으로 돌아온 형제들을 본 아버지 안씨(정신지체 2급·49)가 농장주인을 고발하려고 파출소에 갔지만, 오히려 형제들이 절도미수로 긴급 체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더욱이 형제 중 형을 CCTV가 설치되지 않은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머리를 박게 하고 폭격자세의 기합을 주고, 욕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경우 이웃 목사의 보살핌을 받고 있던 터라 다행히 사회적으로 문제화될 수 있었다. 조 목사는 "이들이 과거에도 파출소에서 벌을 받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며 "경찰들은 이들에 대해 기본적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이웃이 이러한 구체적 문제에 도움을 주고 개입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법과 제도적인 보완책이 없기 때문에 수사관들도 '객관적'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장애로 인한 특수한 상황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청각장애인, 수화통역지원 절실

수화통역사 김씨는 가끔 경찰서로 수화통역을 하러 나가곤 한다. 처음에는 한 경찰관과 어떻게 연결이 되어 수화통역을 해 준 적이 있었는데, 경찰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속에서 알게되었는지 이제는 다른 경찰관에게서도 연락이 온다. 그러나 김씨는 수화통역을 나갈 때마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화통역사를 부르는 것에 대한 법의 규정이 없고 그저 통역인 만이 법률조항에 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경찰관들은 개인적으로 아는 수화하는 사람을 급한 대로 불러서 조사를 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법대출신이어서 다행히 법률용어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통역이 가능했던 적도 많았다.

법률용어에 있는 단어들이 수화로는 단어자체가 없거나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작은 단어 하나 해석을 잘못했다가는 청각장애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경찰서로 수화통역을 나갈 때마다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수화통역사의 배치가 청각장애인의 형사상의 문제와 직결됨을 알기 때문에 많은 부담을 안고 가야했다. 물론 개선을 요구했지만 경찰들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시각장애인여성 성희롱 고소 '무시'

시각장애1급여성인 정씨는(25) 지역에서 혼자 살고 있다. 시각장애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무시와 희롱을 자주 당해오던 정씨는 지난 2003년 8월 80대 노인으로부터 지팡이로 찌르고 엉덩이를 맞는 등의 추행을 당해왔다.

이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관은 정씨가 이전에 2차례의 '성희롱'신고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신고를 무시하고 임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에게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아느냐? 저 할아버지가 아가씨 엉덩이를 만졌겠느냐?"며 피해자의 장애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매우 화난 정씨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로 상담을 의뢰했다. 인권센터는 사실을 확인한 후 송파경찰서 청문감사실에 민원을 제기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송파경찰서는 청문감사를 통해 해당 경찰관과 지구대책임자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리고 송파경찰서 소속 경찰관에 대해 '장애인권교육'을 실시했다.

해당 경찰관은 '자신으로 인해 실시된 장애인권교육에 참석도 하지 않은 채 현재 자신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청을 제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각장애인, 대필·대독서비스 거부

지난 2001년 2월 임씨(시각장애1급·52)는 동업자와 다툼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 받는 과정에서 임씨는 자신이 진술한 내용이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으니 자신의 직원 중 한명이 동석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조사과정에서 그럴 수 없다며, 동석을 거절했다.

할 수 없이 조사를 끝낸 임씨에게 경찰은 자신이 작성한 진술서를 낭독해 줬다. 낭독한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임씨에게 확인도장을 찍기 위해 임씨의 손을 잡아 여러 차례의 도장을 찍었다.

조서의 내용도 경찰이 작성하고 그 내용을 읽어준 것도 경찰이고, 자신의 손을 잡아 어디에 도장을 찍는지 확인해 주지 않은 채 그저 도장을 찍는 사람도 같은 경찰이었다.

이에 임씨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진술서를 확인할 수 없고, 자신의 도장을 어떻게 찍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 했지만 묵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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