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이 출연한 특집방송에 자막이나 수화통역이 없어 청각장애인들은 TV수상기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대통령님의 벙긋거리는 입 모양만 그저 바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11월 28일 SBS에서 방영한 ‘국정진단 대통령에게 듣는다’ 특집방송을 청각장애인들이 시청하지 못한 것에 대한 섭섭한 심경을 담은 탄원서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8일 발송했다.

탄원서 내용에 따르면 현행 방송법 제69조 제7항과 장애인복지법 제20조에서는 대통령이 출연하는 방송같이 특집방송에는 수화통역과 한글자막을 방영해 청각장애인 시청자도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날 방송에는 수화통역과 한글자막이 전혀 서비스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농아인협회측은 탄원서에서 “수화통역방송이나 자막방송 실시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통령만을 책망할 수 없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방송정책이 방송을 자막이나 수화통역을 통하여 방송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장애인들이 TV를 시청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은 이를 규제하고 있는 방송법이나 장애인복지법의 관련 내용이 장애인의 TV시청을 지원하지 않아도 이를 규제하기 어려운 ‘권고조항’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농아인협회는 지난 11월 초 방송위원회를 방문해 방송법 개정안에 장애인들의 시청권과 관련해 권고사항이 아니라 의무조항으로 개정을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때 방송위원회측은 “장애인의 시청권 확보를 위하여 농아인협회 의견에 공감은 하였지만 방송·통신융합에 방송사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제안을 다음기회로 미룬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농아인협회는 “장애인의 방송 시청권 문제는 방송·정보의 융합이전에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방송에 시청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권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선 이 문제부터 행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처리해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농아인협회는 노 대통령에 대한 탄원서에서 “보고 싶은 방송프로그램을 마음 놓고 볼 수 없어 이 대한민국 땅을 떠나고 싶어하는 청각장애인들의 답답한 심정을 헤아리고 정책적으로 풀어주지 않는다면 '지난번 특집방송에 장애인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님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청각장애인들은 소수이니까 정치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어 내린 결정'이라고 오해하고 섭섭한 마음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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