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가 28일 오후 제주도 탑동야외공연장에서 출정식 행사를 시작으로 2주간의 제주도 국토순례 대장정에 돌입했다. <사진=서울장애인연맹>

7월 28일 비행기를 타고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2년 만에 간 제주도는 많이 변해 있었지만 이국적인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첫날은 각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어울리고 친해지는 모꼬지가 진행되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서 낯설기도 했고 서먹서먹했다.

둘째날, 우리는 좀 늦게 기상해서 주변을 산책하고 오후에는 전야제 장소인 탑동에 가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스쿠터를 타고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섬사람들이라서 인심도 좋고, 장차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질문들도 했다. 저녁이 되자, 전야제가 시작했다. 여러 장애인 단체들의 대표들이 참석하고 많은 제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흥겨운 분위기의 전야제가 시작됐다.

드디어 국토순례가 시작하는 날이 다가왔다. 전야제가 열린 탑동에서 간단한 출정식을 한 후에 우리는12박 13일의 긴 여정이 시작했다. 12박 13일은 마치 군대 생활처럼 규칙적인 생활이었다. 기상해서 출발하여 저녁을 먹고 평가회의를 하고 취침이었다. 이번 국토순례는 편했다. 우선 잠자리가 교회 마루에서 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끼 모두 교회의 자원 봉사자들이 해 주어서 참 편하고 고마웠다.

나는 초반에는 스쿠터를 탔지만 중반부터 매일 5킬로미터씩 걸었다.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이것은 장애극복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바로잡는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

순례 중반부터 우리는 수화와, 노래, 율동을 하고 구호도 외치면서 행진했다. 바위처럼,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 노래와 그와 맞는 수화와 율동을 배웠다. 그리고 우리의 구호는 차/별/없/는/세/상/위/해 8박자 구호이었다. 행진하면서 시내를 통과할 때에는 이 구호를 힘차게 외치면서 우리의 뜻을 알렸다.

7일째 서울에서 장추련 법제위원장과 얘기하는 자리도 가졌다. 장차법 내용과 의미, 앞으로 우리가 할 일 등을 토론했다. 8일째 우리는 장애인 문제에 대해 토론 자리를 가졌다. '장애란 무엇인가?', 국토순례를 참가한 느낌 등을 이야기했다.

8월 9일 우리는 드디어 201킬로미터의 제주를 걸어서 일주하고 제주 시청에 도착했다. 우리 모두 어깨를 얼싸안고 서로를 격려했고 눈물도 흘렸다.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폐막제가 개최했다. 각종 문화 공연과 우리의 수화 공연, 그리고 우리가 중간, 중간에 받은 서명지도 장추련에 전달했다. 서명수는 3000명이 넘었다.

나는 이번 순례에 참여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 순례에 참여한 사람들은 활동가들 위주가 아니라 순수한 동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장애인 문제를 시혜적인 문제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장애인들과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그런 의식들은 자연스럽게 변해갔고 장애인·비장애인 커플들도 생겨났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장애인 운동이라는 것이 다양한 모습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문제는 다른 계층(노동자, 농민, 빈민 등) 과는 달리 여러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의식개선 문제, 제도 문제까지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할 것이고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함께 한 완주팀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이번 국토순례 실무 준비를 해준 제주 열린넷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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