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개설 시 시각장애인은 혼자 서류를 작성할 수 없어 보호자 등과 함께 방문해야 한다는 은행의 요청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중증시각장애인 강창식 씨의 ‘시각장애인 통장 개설 시 보호자 동행 요청에 의한 장애인 차별’ 진정사건을 장애인 차별로 결정하고 해당 은행장에게 시각장애인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편의를 제공할 것과 금융감독원장에게 은행의 시각장애인 통장 개설 실태를 점검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강 씨는 지난해 10월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대구지역 하나은행(이하 ‘피진정은행’)에 전화했고 시각장애인은 혼자 서류를 작성할 수 없어 반드시 보호자 등과 함께 방문해야만 통장 개설이 가능하다는 답변에 “이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피진정 은행은 영업내규에 따라 예금 신규 개설 시 ‘은행거래 신청서’를 예금주의 자필로 작성하게 한 후 인감이나 서명을 받고 있고 이 거래는 가족이나 대리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각장애인 등의 경우에도 금융거래를 함에 있어 법률상 아무런 제한이 없지만, 비장애인 거래의 경우에도 서류의 대필 작성 등 금융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시각장애인 등의 여(수)신 거래에서는 공증인법 제29조에 근거해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헌법’ 제 11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 17조에 따라 금융서비스 제공자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금융서비스 등 제공에서 장애인을 배제하거나 거부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며 이를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판단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신규 통장 개설 시 해당 예금의 약관에 대한 설명과 신청인 본인의 서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구은행, 우체국 등은 직원이 가입신청서 등의 작성을 도와주거나 보이스아이바코드와 큰 글씨 약관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어 증인 동행을 요구하지 않고 장애인 혼자 방문해도 통장을 개설하고 있으므로 피진정인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비장애인 거래에서도 대필 작성 관련 분쟁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시각장애인이어서 더욱 뚜렷하고 명백한 안전상의 위험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피진정인은 ‘공증인법’ 제26조에 따라 증인을 참여하게 하고 있다고 하지만 통장을 개설하면서 ’은행거래신청서‘에 기명날인하는 행위는 인적서비스 제공과 당사자 동의에 의한 영상녹화 등의 수단을 통해 할 수 있는 행위이지 ’공증인법‘에 따른 공증행위가 아님에도 비장애인과 달리 적용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며 음성지원이나 인적서비스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피진정인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만약 시각장애인이 예금통장 개설에서 제한이나 배제를 받는다면 이로 인해 일상의 경제활동 과 사회생활에서도 커다란 지장을 받게 되고 결국 시각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진정인이 시각장애인에게 장애 정도에 따른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달리 동반인을 요구해 결과적으로 통장 개설을 못 하게 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의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피진정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도 시각장애인의 통장 개설을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제 영업점에서 운영하는 실태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하여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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