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현지시간 지난 14일 당사국회의 속 유엔장애인권리협약NGO포럼의 사이드이벤트 모습.ⓒ에이블뉴스

“당사국회의 참석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앞으로 우리 장애계가 가야할 방향을 찾은 것 같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14일부터16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9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국제 장애인 사회 속에서 열정을 아낌없이 불태웠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18개 단체들로 구성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NGO포럼’은 지난해 제8차 당사국회의 참석을 계기로 지속적인 회의 참석을 위한 꾸려졌으며, ‘무늬만 참석’이 아닌, 진지하게 경청하는 자세로 3일간 당사국회의에 자리를 메웠다.

함께 자리한 정부 관계자들 또한 당사국회의 속 시민사회 NGO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며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됐다.

현지시간 지난 14일부터16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9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에이블뉴스

■CRPD 위원 선출, 천당·지옥 엇갈려=이번 당사국회의는 UN장애인권리협약 채택 10주년과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와 장애인권리협약(CRPD)의 이행이 주요 이슈로 진행됐다. 회의에는 권리협약을 비준한 164개국의 정부 관계자와 100여개 국제 장애인 네트워크 관계자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회의를 통해 전 세계 시민사회의 주목을 끈 건 첫 지적장애인 CRPD 위원 선출이다. 지난 14일 열린 총회에서 뉴질랜드 출신의 지적장애인 로버트 마틴(59)이 CRPD 위원회 신임 9명의 임원 중 대표로 선출된 것.

로버트 마틴은 출생 시 뇌손상으로 장애를 가졌으며 뉴질랜드에서 장애인 시설과 입양가정을 전전하며 겪은 고통을 담은 자서전도 펴낸 장애인권익운동가로, 위원 임기는 총 3년이다.

반면, CRPD가 장애여성의 다중적 차별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별도의 조항을 만들었음에도 불구, 이번 선출에서 여성 위원이 총 18명 중 단 1명으로 축소됐다.

이를 두고 당사국회의 기간 동안 “장애소녀 및 장애여성의 권리침해를 옹호할 기회가 축소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CRPD 제정 10주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장애여성에 대한 인권이 퇴보된 민낯을 전세계적으로 드러낸 가슴 아픈 현장이었다.

또한 당사국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오준 주UN한국대표부 대사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됨에 따라, 불가리아가 당사국회의 의장을 수임하게 됐다. 오준 의장은 아태지역에서 최초로 의장직을 수임, 지난 2년간 협약 당사국 및 장애 관련 전 세계 NGO들이 참여하는 당사국회의를 주재해왔다.

오준 주유엔 대사와 함께 사진 촬영한 UCNF 모습.ⓒ에이블뉴스

■대한민국 민‧관, 국제사회 속 ‘주목’=우리나라의 애국심을 드높일 수 있는 계기도 있었다. 지난 2013년 우리나라가 기증한 ‘유엔 장애인 접근센터(Accessibility Centre)가 개관 3년 만에 지난 15일 리모델링을 마친 것.

장애인 접근센터는 국내에서 개발된 특수키보드 등 회의 참석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대여해왔으며, 이번 리모델링으로 제품 품목을 32종 96개 제품으로 확대했다.

3일간 시민사회 NGO가 중심으로 진행되는 총 70개의 사이드이벤트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UCNF는 이틀간 ‘장애여성’, ‘접근권’을 주제로 우리나라 NGO들은 물론, 자아다 아보우 칼리 아랍장애인연합 사무총장, 쥬디스 휴먼 오바마 대통령 국제장애인인권 대사 등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피처들이 함께해 청중들의 발길을 끌었다.

UCNF는 사이드이벤트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스피처 섭외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현지 숙소에 짐을 풀기도 전에 발표자들의 리허설과 수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뉴욕 현지에서 유학중인 농인청년들과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의 통역 봉사와 팸플릿 홍보 등도 큰 보탬이 됐다.

그 결과 사이드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어느 누구 하나 자리를 떠나지 않았으며, 정부 측으로 참여한 보건복지부 강인철 과장,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들도 자리에 뜨지 않고 목소리에 귀를 담았다. 평소 30석 정도 채워지는 회의장에 128석을 메운 성공적 개최였다.

사이드이벤트를 통해 UCNF는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장애여성의 빈곤, 교통약자 장애인들의 열악한 이동권, 관광권이 지켜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제사회에 고발했다. 따갑고 불편한 질책이 이어짐에도 관계자들은 끝까지 경청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

UCNF 이찬우 부위원장은 “당사국회의는 다양한 장애유형과 장애이슈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고, 특히 이번 회의 참석자들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분들이 많아서 보고 느낀 바를 한국에 돌아와서 국내 이슈와 잘 접목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위원장은 “정부 측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과 관련한 발표와 당사자가 느끼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 크다. 그 괴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모니터링을 강력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번 당사국회의에서 정부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UCNF 김미연 위원장은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해 논의를 이끌어나가는 당사국회의 참석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전세계 분들과 우리의 이슈와 활동을 나눌 수 있었다”며 “문제는 지속가능성, 즉 비용의 문제다. 호주 같은 경우 장애리더들이 국제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펀드를 지원받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점이 참 부럽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일단 한국에 돌아가면 국내 장애계와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야 한다. UCNF가 지속적인 CRPD 활동을 위해 꾸려진 만큼 역량을 키워서 우리가 이슈를 유엔에 내놓는 단계까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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