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신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의사소통 보조기기를 이용해 전화를 하고 있는 미국장애인. ⓒ정봉근

시행 1년을 넘기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당하거나 소송을 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 장애인들이 무관심 해서는 아닐 것이고 정부나 기업이 법률 소송 사례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방관한 태도가 주된 원인이 아닐까? 얼마 전 한 기업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미국에서 일어났더라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물 수도 있는 대표적인 장애인차별 사례가 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미국의 한 백화점 웹사이트에서 장애인 정보 접근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로부터 6조원에 달하는 소송을 당한 사례를 보더라도 장애인 차별 금지에 대한 사항은 기업이 절대로 방관할 수 없고 방관해서도 안 되는 중요한 기업윤리이다.

청각 및 음성 장애인을 위한 캡션 서비스 홍보 브로셔. ⓒ정봉근

미국은 최근 들어 장애인 및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휴대폰 및 전화통화료를 지급하는 일종의 세이프 링크(SafeLink)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무료 휴대전화기 뿐만 아니라 월 80분의 무료 통화 요금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은 다름아닌 장애인 및 저소득층 가정의 안전을 중요시 하는 것에서 발단이 되었다. 소득을 이유로 장애를 이유로 전화 사용에 제한이 있는 장애인들이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차원의 통신 접근성 관련 정책이다.

특히나 요금을 직접 납부하고 휴대전화기 구입비를 부담하는 가입자의 경우에는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통신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회사인 AT&T, Sprint 등 회사에서는 음성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의 개발 및 지급뿐만 아니라 24시간 365 콜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들이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불편함 없이 통화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름아닌 미국 장애인 법 ADA 에서 장애인의 정보 통신 접근과 관련된 서비스 제공을 법으로 의무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장애인 관련 통신 서비스를 살펴보면 화상을 통한 수화 통역이나 음성을 문자로 전환하거나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시키는 다양한 서비스를 살펴볼 수 있다. 스피치 투 스피치(STS) 서비스는 음성 장애인을 위한 통신 보조인 서비스를 말한다. 통신 보조기기를 이용하여 장애인이 문자로 통화내용을 입력하면 중계 통신보조원이 음성으로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종의 장애인을 위한 동시통역 서비스이다. 반대로 전화 통화 내용을 텍스트나 음성으로 송신자에게 전달해주기도 한다.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지급되는 가정용 캡션 전화기. ⓒ정봉근

캡텔(CapTel) 서비스는 자막 기능 전화기 및 휴대폰을 통해 문자만으로 음성대체 통신이 가능 하도록 돕는 서비스 이다. 통신 중계자 없이도 전화기에서 상대방과의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캡션 지원을 하는 전화 서비스이며 이과 관련된 가정용 전화기 및 의사소통보조기기 역시 통신회사에서 무료로 지급되고 있다. 더욱이 통신회사에서는 이러한 장애인들의 편의를 인터넷 환경에 까지 옮겨서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메신저 등에서 통화 중계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통신회사는 장애인 정보 통신 접근성의 제고에서 만들어진 기술이나 정보를 외국인 고객을 지원하는 통역 서비스 상품의 개발로 연계시켜 나가고 있다. 외국어 화상 통역 서비스나 외국어 자동 음성 인식 통신기기의 개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장애인에 대한 통신회사의 배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통신회사에서는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통신기기 구입 및 서비스 이용 안내를 위해 항시 점자 안내서를 구비하고 있으며 장애인 당사자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여 동료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맞춤식 지원 및 교육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장애인 정보통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기업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장애인들의 고용을 촉진시키고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 통신회사의 장애인 관련 서비스 및 요금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에서 지켜지고 있는 정보 통신 접근성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다. 기업은 장애인을 위한 배려 차원의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어떤 고객이든지 원하는 만큼 원하는 형태의 정보 통신 사용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기업의 경영 전략을 다시 살피고 이를 회사 내에 장애인 고용 등을 통해서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속담중에 이런말이 있다 차별은 나쁜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착한 사람들이 아무일도 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 진다. 즉 기업이 자발적으로 장애인 및 노약자등의 불편함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장애인 차별은 쉽게 사라지기 힘들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 된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기업들이 장애인 차별 금지 조항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 충분하게 장애인 접근성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더군다나 이러한 기업의 장애인 차별 사례에 대해서 감시 및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부처는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홍보를 더욱 강화하여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봉근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과대학에서 작업치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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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근 칼럼니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작업치료사, 보조공학사로서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 연구하고 있다. 4차산업 혁명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장애인의 일상생활 변화와 이와 연관된 첨단기술을 장애학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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