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에이블뉴스

얼마 전 에이블뉴스에서 칼럼니스트 김해영 씨가 기고한 전 유엔권리위원장 테레사 데그너(Theresia Degner) 교수에 대한 기사를 읽고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다.

우선은 독일과 영국 등 유럽에서 임산부의 ‘입덧’ 치료용으로 사용되었던 우리에게 생소한 끔직한 테릴도마이드 (Thlidomide)라는 약이다.

원래 독일에서 1957년에 개발된 것인데, 이 약의 후유증을 가지고 태어난 유아 40%가 1세가 되기 전에 사망했다.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성인이 된 이들은 지금 쯤 50세 후반, 60대 초반이 되어 갈 것이다.

영국에서만 1만 명 이상의 선천적 장애아동 출산의 원인이 되었다. 영국에서만 3천만 파운드 이상의 보상금을 지불하여 영국의 써쎅스 농촌 지역에 채일리 헤리티지 (Chairley Heritage)라는 특수 시설을 건립하였다.

이곳에서는 피해 아동들의 의료, 교육 등 모든 양육을 담당하였고 깨스의 압력을 활용한 특수 의수족을 제작하여 공급하였다. 필자가 70년 대 초에 만났던 장애 아동 들은 모두 10세 미만이었다.

가끔 부모나 가족들과 만나 장래를 위한 구상과 상담을 하는 것이 내 실습이었다. 모르긴 해도 독일에서는 더 큰 보상으로 유사한 사업이 수행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면역 약으로 중국, 영국,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이 약을 가지고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임신 여성은 제외되지만...

필자는 런던 대학에 재학 중 이곳 채일리 헤리티지에서 한 달 동안 실습을 했었다.

테레사 데그너(Theresia Degner) 교수는 수많은 독일 피해 아동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데그너 교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10년 뉴욕 유엔에서 국제 전문위원 선거가 있을 때 바로 옆 책상에서 함께 선거운동을 했고 그 분은 당당히 1 위로 당선이 되었고, 필자는 4위로 선출이 되었다.

2015년 재선에도 그분은 다시 당연히 1위, 필자는 2위로 당선이 되었다. 나중에 이 분의 초청으로 북 독일 보큼(Bochum)의 명문 기독교 대학에서 일 주일 동안 강의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 도시는 한국의 광부들이 제일 많았던 곳이어서 석탄 박물관도 방문했다. 생각처럼 독일어가 되지 않아 영어로 강의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는 그 분의 재임 시 독일정부의 권리위원회에 대한 관심과 각종 행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재정적 지원을 보면서 한국정부도 그렇게 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며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물론 제네바주재 한국대사관에서도 위원들을 초대하여 한국음식을 한 번 대접 받았고, 후에 ‘협약 비준 국가회의 Conference of States 의 의장이셨던 오 준 유엔대사께서 제네바의 위원회를 방문하셔서 큰 힘을 실어주셨다.

오늘 이 기고문의 핵심은 한국도 「유엔장애인권리 협약」의 초안에 참석하였던 아일랜드 국립대학 법학과의 제라드 퀸 교수,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스타인교수, 시라쿠스 대학의 자네트 로드, 테레사 데그너 같은 장애인 법 국제전문가가 한국에도 하루 속히 나와 주었으면 하는 염원 때문이다.

협약의 초안 준비 당시 탁월한 법학자들 외에도 세계적인 장애전문가, 운동가들도 대거 참여 하였다. 필자는 당시 한국재활협회의 국가의장 자격으로 두 차례 뉴욕 회의에 참석하였으나, 초안 작성위원회에 들지 못했다. 그만큼 국제 적 안목이나 흐름, 국제 법, 협약 초안 작성에 필요한 전문적 식견이 부족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필자는 기회 있을 때 마다, 미국, 영국, 아일랜드,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의 선진국 법조계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한국도 보다 신속히 ‘협약’의 이행을 장애인 운동권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관련 학계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제법의 다른 분야, 예를 들면 국제 형사법, 환경과 해양 등의 분야에는 상당한 실력과 경험의 국제 전문가, 외교관들이 있다. 그러나 국제 법에 해당하는 ‘권리협약’의 내용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되는 막중한 과제는 점점 더 커질 터인데 전문가는 없는 것 같다.

그러려면 국제법의 기본이 되는 여러 장애 관련 법, 국제 법, 국제 인권 법, 인권의 철학과 원칙에도 익숙해야 한다. 이 분야도 다른 어느 영역 못지않은 전문가의 양성을 위한 지원과 관련 전문 영역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

특히 다른 나라의 법과대학에서는 ‘협약’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 또는 국가별 이행에 대한 비교 연구의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을 환기 시키면서 한국에도 국제 장애인 법 전문가가 양성되기를 촉구했었다.

그러나 좀 더 현실적으로 보면 세계적안 학계에서의 장애 학은 장애 운동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루되어 캠페인에 노력을 쏟는 동안 아직도 학문적으로는 분명한 거점이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유엔 장애권리 협약」의 세계적 비준이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의 여러 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장애 학 관련 연구와 방법론에 관한 연구물을 물색하고 있다.

장애 운동과 관련된 국제 법의 발달이 어떻게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향상에 영향을 미쳤는가? 장애 학은 문화·사회적 차이를 초월 할 수 있는 학문인가? 어떠한 사회 변화를 유발 했는가? 국·내 외 시민 사회와의 연대 등 연구 주제는 실로 방대하다. 우선 국내에 전문 연구기관이나 도서관이 있었으면 한다.

한국 사회에 이런 요청을 하면서 국가의 관련 기구, 법과 대학, 더 욕심을 내자면 이러한 목표의 추구를 위하여 기존의 법과 대학에 의존이나 기대 하지 말고 장애 학, 재활 학 전공의 학과에서 이런 교육을 주도 했으면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런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외람되지만, 전문가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권위와 진실성, 성실성, 사명감과 같은 인간적 자질도 필요할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전문가 훈련을 강화 할 수 있을까? 최소한 전문가 교육과 양성의 핵심 목표는 다음과 같다.

가) 장애인 권리의 실질적 실현을 위한 역량을 구축, 나) 다 학문적 관점에서 장애인의 권리연구, 다) 시민사회, 장애 계, 법조계, 학계 등 각계각층과 장애인 권리에 관한 논의와 학술 활동 추진, 라) 연구, 교육, 자문, 출판, 국제교류 등의 활동을 강화 마) 외국, 내외 연구 동향 digest, 학회, 출판, 연구, 장애인권 관련 정보 공유 통한 저변 관심인구 확산과 참여 유도 등에 관한 정보교환을 위한 뉴스레터의 출판 등이다.

학계는 물론 장애인 단체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권리협약’의 이행과 학문적 발달을 통한 정책 수립의 기반이 되도록 장애 분야 전반에 관한 ‘권리협약’과 이와 관련된 국제 법의 철학적, 사회과학적이고 문화사적인인 관점에서의 장애 학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할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필자는 참 운이 좋았었다. 8년간 유엔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에 위원회의 의장으로 시각장애인이며 명문 시드니 대학의 석좌교수 론 맥컬럼, (R. MaCullum), 칠레대학 법과대학의 시각장애인 마리아 (Maria Soledad Cistenas Reyes)교수, 데그너 교수와 함께 일했다.

위 두 분은 필자의 추천으로 각각 국가 인권위원회와 송도에 개최된 세계장애인대회에 참석했었다. 돌이켜 보면, 필자가 활동했던 위원회에는 세계 18개국으로부터 학자, 전문가, 운동가들이 고루 고루 여서 그들로부터 참으로 좋은 경험과 아울러 많은 것을 배웠다. 물론 열심히 공부도 했다. 많은 법률 서적을 섭렵, 탐독 하면서!! “국제 장애 법 전문가의 양성의 긴박성”을 공유하고 지지해 주기 바란다.

장애권리위원들 1995.ⓒ김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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