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원주택이 ‘위성시설’ 되지 않도록 지원주택 서비스제공기관 심사 시 시설폐지결의를 철저히 심사하라!

서울시는 2009년 마로니에 8인 투쟁을 계기로 전국 최초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1차 추진계획(2013-2017)’을 수립한 데 이어 800명 탈시설지원을 목표로 한 2차 추진계획(2018-2022)‘을 이행중이다. 또한 본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주택’ 총 278호 공급을 발표했다.

2019년 지원주택 68호 공급으로 본사업이 시작되면서 약 80명이 자립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고, 2020년에는 74호가 새롭게 공급되어 70명이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중앙정부의 탈시설정책이 부재한 가운데, 서울시가 최초로 시행 중인 지원주택은 당사자가 주거계약의 주체이며 주거지원서비스를 개인의 욕구와 필요에 맞게 이용하는 모델이다.

서울시는 지난 11월 12일 하반기 지원주택 공급물량을 운영할 ‘서비스제공기관 모집’을 공고했으며, 11월 24일~25일로 접수는 마감되었다.

올해 공고에는 서비스제공기관 신청자격으로 ‘폐지결의 시설 또는 폐지시설 관련 법인(시설)의 종사자를 고용승계 할 수 있는 기관’이 명시되었다. 이는 서울시가 개인을 대상으로 한 탈시설 지원을 넘어서서 시설단위의 탈시설전환을 독려하고, 정책과제 중 하나인 노동자 고용승계를 위한 노력이란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동안 장애계가 ‘장애인거주시설폐지’와 ‘노동정책과제 해결’을 꾸준히 요구해온 성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탈시설의 철학 및 방향에 대한 이해없이 지원주택을 새로운 시설유형 중 하나로 취급하려는 흐름이 우려된다. 시설폐지결의 없이 기존 시설과 함께 지원주택까지 운영하겠다는 장애인거주시설 운영법인의 신청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탈시설은 단순히 물리적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그동안 시설 위주로 펼쳐져왔던 정책구조를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권한 강화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헌데, 이 시대적 흐름을 직시하지 못한 채 사회복지법인이 기존 운영시설에 대한 폐지결의없이 지원주택 서비스제공기관으로 선정된다면, 이는 ‘위성시설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탈시설정책의 역행과 퇴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2014년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1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한 UN은 최종 견해에서 탈시설 전략의 실효성 부족을 언급하며 장애인 인권 모델에 기반한 효과적인 탈시설화 전략을 발전시킬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일반논평을 살펴보면 정부가 하지 않아야 하는 조치로 ▲시설의 책임자 또는 관리자가 거주인의 후견인이 되는 것을 금지 ▲시설과 연계된 “위성” 생활 환경, 즉 개인의 생활(아파트 또는 단독 주택)의 외관을 띄고 있지만 사실 시설을 중심으로 한 생활환경이 만들어지면 안될 것을 규정하고 ▲탈시설한 장애인의 사회적 지원 기관에 대한 승인기준을 마련하여야 함을 언급했다.

효과적인 탈시설을 위해서는 시설 중심 구조가 지역사회의 시설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장애당사자의 지역사회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한 기준과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탈시설을 명목으로 만들어진 시설운영체험홈이 시설소규모화의 일환으로 활용되어온 것을 목격했다. 서울시는 다시 한 번 기로에 서있다. 우리는 지원주택이 기존 시설운영체험홈처럼 ‘위성시설’이 되지 않도록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장애인지원주택 서비스제공기관을 신청한 기존 시설운영 사회복지법인은 시설폐지를 즉각 의결하라!

하나, 서울시는 지원주택 서비스제공기관 선정 시 ‘폐지결의 시설 또는 폐지시설 관련 종사자 고용승계’를 의무조항으로 철저히 심사하라!

하나, 서울시는 지원주택 서비스제공기관의 주거서비스기준을 상세히 마련하여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삶의 질을 보장하라!

2020년 11월 30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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