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증진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되었다. 이달 8일에는 “청각장애인 90% 모르는 수어통역에 혈세 펑펑”이라는 한 언론의 기사도 올라왔다. 이러한 기사를 등에 업고 수어통역센터를 의사소통 지원센터로 전환하여 사업을 확장해야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정부분 맞는 말도 있고, 편파적인 내용도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농인과 난청인간의 갈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 치우친 언론 기사 내용이 재생산되면서 이러한 갈등은 깊어지는 양성이다. 일부 농인들은 집회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전통적으로 농인과 난청인들 사이는 썩 좋지 않았다. 농과 난청인이라는 집단 간의 문제가 아닌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청인(듣는 사람)에 동화되기 위한 재활을 중시해야 하느냐, 농인의 정체성을 지키지 위한 농문화를 강화해야 하느냐의 차이이다. 그리고 이들의 갈등의 이면에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한정된 장애인복지 예산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은 서로 발전하기 어렵다. 언어재활이나 인공와우 등을 통하여 청인에 동화되는 과정도 중요하다. 농인의 독자성을 지키기 위하여 수어를 강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러한 것들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농인과 난청인의 공통점은 ‘청각장애’이다. 청각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국가와 사회가 청각장애인을 지원할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사회는 청각장애인에 대해 부정적이며, 적은 장애인 예산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를 바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눈을 밖으로 돌려야 한다. 그리고 농인은 난청인들을 지지해주고, 난청인들은 농문화의 독자성에 공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제한된 예산을 가지고 싸우기보다는 장애인복지 예산을 더 넓히기 위하여 힘을 모아야 한다. 농인과 난청인은 적이 아니라 동지이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13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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