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수어통역 등에 관한 예규”를 제정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지난 6월 민사소송규칙과 형사소송규칙의 일부를 개정한다고 밝힌바 있었다. 당시에는 방청 등에 수어통역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내놓지 않았다. 관련규칙 개정에 찬성하면서도 아쉬워했던 부분이다.

다행히 이번 예규에 그와 관련한 내용들이 포함되었다. ‘증인·감정인 등 재판에 참여하는 관계인과 방청인에게도 수어통역을 제공(예규 제3조)’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그 동안 청각장애인 방청인들의 불만이 높았던 내용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예규에 수어통역인 후보 등제 결격 내용(제6조 제1항 제1호)을 두고 있다. 문제는 피성년후견인 판정을 받은 경우 결격사유가 되어 수어통역인 후보자로 신청할 수 없다.

장애가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예규 제6조 제3항 제1호에는 “심신상의 장애로 수어통역인으로서의 직무집행을 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도 수어통역인 후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에 대하여 장애인 단체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성명을 내고 예규 개정을 촉구했다. “수어통역인이 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나 “광범위하고 일률적으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이다. 주장이 타당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수어통역은 전문직이다. 법원 통역은 수어통역사 자격 취득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경험이 있어야 하고, 법률 관련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재판과정에의 수어통역은 단순한 전달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통역을 잘못하거나 왜곡했을 때 재판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규에 명시된 피성년후견인의 수어통역 참여 결격사유는 타당할 수 있다. 인권의 측면에서 ‘기회의 박탈’이라는 측면을 배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전문적이고 정확한 수어통역을 해야 한다고 보았을 때 참여 제한은 과한다고만 볼 수 없다.

다만, 제6조 제3항 제1호의 심신장애로 인하여 수어통역 자격이 박탈되는 내용은 제고되어야 한다. ‘심신장애’라는 용어가 포괄적이고,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수어통역 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괄적으로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인권과 직업 활동의 자유에 반할 수 있다.

따라서 장애로 인하여 수어통역 활동을 박탈 할 경우 대상이 되는 ‘장애의 정도’ 등 세부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수어통역 예규가 수어통역사들의 권리를 축소, 침해한다고 비판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0년 9월 7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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