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농아인의 날’, 농아인 내부의 싸움을 멈추고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늘은 24회 ‘농아인의 날’이다. 농아인의 날이라 하면 수어를 사용하는 이들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농아인’이란 수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농인’과 음성언어를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난청인’까지 포함한다. 수어나 음성 두 가지 다 사용하는 이들도 당연히 해당한다.

해방 이후 국내와 만주, 일본 등지에서 활동하던 농아인들이 모였다. 그리고 1946년 6월 ‘조선농아인협회’를 창립했다. 운영 등의 어려움으로 해체와 재건 등 부침이 있었지만 ‘농아인’이라는 자존감 하나로 오랜 세월 단체는 명맥을 유지했다.

그리고 농아인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세우기 위하여 1996년 농아인들이 타 단체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6.3 농아인의 날’을 제정했다. 농아인의 날은 조선농아인협회가 창립된 6월과 귀모양의 ‘3’을 본떠 만든 것이다.

농아인의 날 선언 이후 농아인들의 복지와 인권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수어통역사 제도가 도입이 되고, 수어통역센터들도 만들어졌다. 인권센터도 만들어져 수어를 언어로 인정하기 위한 투쟁도 시작되었다.

지상파방송에서 자막도 실시되었다. 영화관람 환경도 개선이 되고, 자동차 1종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비장애인과 전화를 통하여 통화(릴레이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이 되었다. 그 외에도 많은 정책이 개선되었고 ‘한국수화언어법’도 제정 되었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책의 변화를 통하여 농아인들의 삶도 많이 나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농아인들은 소통의 단절은 겪고 있다. 일상에서 받는 어려움도 크다. 차별이나 인권침해가 생겨도 시원하게 하소연할 곳도 별로 없다. 농인들의 교육환경도 위태위태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농아인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 정책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련 단체들은 농아인들이 겪는 문제에 재대로 대처를 못하고 있다. 농아인들 간에 서로의 갈등과 반목에 말목이 잡혀 밖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46년 농아인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세우기 위하여 협회를 만들었던, 1996년 농아인의 날을 선언했던 선배 농아인들에게 부끄러운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자라나는 농아인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농아인들이 권리나 복지는 그냥 얻어진 적이 아니다. 이는 그 동안의 경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농아인협회’의 집회들, ‘장애인정보문화누리’와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의 투쟁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현재 만큼의 변화가 있었다. 정부나 사회에 외칠 때마다 사회가, 정부 정책이 바뀌는 것을 보아왔다.

이런 의미에서 농아인의 날의 축하만이 아니라 현실을 바로 보는 날이 되어야 한다. 농아인 내부의 싸움을 멈추고 ‘농인이 농인답게’,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는 눈을 밖으로 돌려 잘못된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잘못된 정책을 바꾸기 위한 준비들을 해야 한다.

2020년 6월 3일 오늘은 제24회 ‘농아인의 의 날’,

잘못된 농아인 내부의 관행은 버리고 농아인들의 인권 향상과 진전된 삶을 위하여 농세계가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2020년 6월 3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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