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서울 한복판 잠실야구장의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10년이 넘게 노예와 다를 바 없이 노동을 착취당하며 학대당한 지적장애인의 사례가 알려지며 큰 충격을 안겨줬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즉시 피해자를 현장으로부터 분리하여 보호하였으며 피해자를 도와 가해자인 분리수거 업체 대표와 피해자를 가해자에게 맡기고 재산을 착복한 친형을 고소했다.

피해자의 형은 피해자의 통장을 가로채 급여 및 수당 중 2,000만원은 본인의 집에 현금으로 보관했고, 1,000만원은 본인의 처 명의로 정기예탁금에 가입했다. 나머지 4,000만원은 본인 소유 빌라의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으로 지급했다. 그 외 1,400여만원이 들어있는 급여 통장 또한 피해자에게 주지 않았다.

검찰은 2019년 4월 26일, 가해자인 친형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했다.

첫째,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둘째, 피해자를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맡기고 두 달에 한번 정도 찾아와 본 것이 자립기반을 조성해 주고 지속적으로 보살펴 준 것이라고 했다.

셋째, 경찰조사 이후에도 피해자의 주거지를 확인하여 잘 살고 있는지 들여다 보는 등 보호의지를 보였다고 했다. 넷째, 횡령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의 노후자금으로 보관한 것이며, 금전관리를 못해 대신 관리해 준 것이라는 변명을 그대로 인정했다.

검찰의 이러한 불기소 이유는 조목조목 장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자체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다.

첫째, 장애를 이유로 처벌의사를 부정한 것은 장애인의 법적 권리를 전면 부정하고 인간 이하로 대우한 것이다. 둘째, 한 겨울에 컨테이너에 살며 썩은 음식과 관람객이 버리고 간 빵을 주워먹으며 쓰레기 속에서 살아가도록 피해자를 방치한 것을 두고 ‘자립기반을 조성해 주었다’고 한 것은 피해자 뿐 아니라 모든 장애인을 능멸하는 처사다.

셋째, 합의를 종용하고자 가해자가 피해자를 수소문해 찾아가도록 방치한 것은 검찰이 피해자를 보호해 주지 않아 피해자의 신변을 유출시킨 것이다. 넷째, 환갑이 넘은 피해자가 쓰레기 속에서 떨며 신음하며 살고 있는데 노후자금은 왠말이고 급여 관리는 왠말인가. 그 노후자금과 급여는 노인인 피해자를 위해 이미 사용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이유로 가해자를 불기소한 처분에 대해 연구소는 지난 8월 21일 항고장과 추가 고소장을 접수하였으나 10월 14일, 끝내 항고기각 결정이 내려지고 말았다. 상급 검찰청은 조금이라도 나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 불기소 처분과 항고기각은 일선 검사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자체가 장애에 대해서, 인권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 천박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약자의 편에서 엄정히 수사하고 판단해야 할 검찰이 가해자의 변명만을 모두 인정했고, 장애인은 버려지고 착취당해도 그저 그렇게 살아야 할 존재로 치부했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되는 수많은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남은 모든 법적 절차를 통해 대응할 것이고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이 사건을 보고하여 국제사회에 고발할 것이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이 사건이 장애인 인권에 얼마나 중대한 사안인지를 제대로 인지하고 잘못을 바로잡기를 촉구한다.

2019. 10. 21.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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