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라!

장애계의 오랜 숙원이던 장애등급제 폐지가 지난 7월 1일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시작되었다. 앞으로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경우(기존 1~3급)와 심하지 않은 경우(기존 4~6급)로만 분류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한편 활동지원급여와 보조기기 교부, 거주시설 이용, 응급안전 등 4가지 서비스를 지원할 때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하기 위한 기준으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통해 서비스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그 동안 의료적 관점으로만 접근해 장애등급을 매기고 정해진 틀 안에서 서비스를 받게 했던 문제가 상당부분 개선될 것이라는 무지갯빛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 장애계는 오히려 장애인당사자의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이 아닌 가 우려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활동지원서비스’이다.

첫째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는 장애유형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못한데다 여전히 장애인의 욕구나 필요에 기반한 것이 아닌 의료적 관점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인데,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서비스 시간이 상당부분 축소된다는 점이다.

둘째, 장애등급제 폐지로 활동지원서비스 대상 인원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비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도 예산 증액은 5200억원으로 이는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증가분을 반영했을 뿐 이용자 증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 증액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2019년도에 2018년 대비 1만 명 늘어난 81,000명의 이용대상자에게 서비스를 지원하겠다 발표했으나, 대상인원의 자연증가조차 따라잡기 어려운 목표설정이다. 한편 UN장애인권리협약 심의에 제출한 제1차 정부보고서에서 서비스 욕구를 가진 대상자를 446,111명으로 추정한 바 있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서비스를 포함한 4가지 일상생활 서비스 영역에서 순차적으로 종합조사표를 마련해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하였으나, 장애등급제 순차적 폐지가 시행된 지금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외한 다른 영역에 대하여는 대안이 없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대비한 총체적이며 구체적인 비전과 로드맵 없이 그저 기존 서비스를 답습하며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UN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 ‘자립적 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동참’조항과 관련한 제1차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견해는 장애에 대한 인권적 모델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탈시설 정책을 마련하고, 활동지원서비스를 포함한 지원서비스를 대폭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 대상자를 판가름하는 방식도 기본권 보장이라는 ‘인권적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중장애인의 희생 위에 당사자 투쟁으로 얻어낸 장애등급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상자 선정 자체를 억제하는 듯 가혹한 선별체계로 ‘장애’를 바라보는 의학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은커녕 민원억제에 급급한 행정에 머무르고 있다. 예산의 논리로 장애인 삶을 옥죄어 또다시 장애인들을 목숨 걸고 길거리로 나서게 만든다면 결코 품위 있는 국격의 국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UN CRPD NGO연대는 장애인권리협약에 입각하여 장애인의 자립적 생활과 지역사회에의 참여를 위해 완전한 장애등급제 폐지를 적극 지지하며,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정부는 장애인당사자 인권과 자기결정권에 입각하여 활동지원서비스를 포함한 각종 장애인지원서비스 예산을 OECD 평균 수준까지 확대하라.

하나, 정부는 일상생활 영역에서의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를 조속히 마련하여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구체적인 서비스 지원 체계를 구축하라.

하나, 정부는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에 장애유형별 특성을 반영함과 동시에, 사회참여와 대외활동을 가능하게 할 방안을 강구하라.

2019. 7. 19.

UNCRPD NGO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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