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이 ‘대상’이 되는 날이 아니라 ‘주체’임을 선언하는 날이다. 따라서 장애인은 복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과 인권의 주체인 것이다.

근래 들어 정부에서는 현장에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펼치고자 장애인 관련 정부 및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보직을 개방형 자리로 만들어 외부 유능한 인재를 영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장애인계의 삶에도 검은 먹구름이 드리우지 않을까 심히 마음이 무겁다.

장애인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장애인고용과장 자리와 장애인고용공단의 고용촉진 이사 자리, 시·청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책임지고 있는 국립장애인도서관 관장 자리 등은 형식상의 보직이 아니다.

누가 그 자리에 있느냐 하는 것이 전체 장애인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작금의 해당 부서의 인사 조치 상황을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대부분이 내부 승진 또는 보은 인사를 하고 있거나 설혹 외부에서 영입한다 해도 나눠 먹기식 인사가 되어 개방형 보직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국립장애인도서관의 경우는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 출판물 정보접근에 있어 최대의 피해자는 시각장애인들이다. 대체 자료를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정보접근이 불가능한 것이 시각장애인들이다.

그렇다면 그 필요성을 가장 절실히 느끼고 있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자기 일로 체감하고 있는 사람이 그 일을 맡아야 피부에 와 닿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온다.

우리 시각장애인의 일자리 또한 그간 아무런 발전이 없다. 1990년대 초 장애인고용공단이 설립되고 장애인 의무고용을 각 기업에 강제한다고는 하나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

관련 논문과 연구 자료만이 수북이 쌓여 있을 뿐, 시각장애인 일자리는 여전히 안마 외에는 마땅한 직종이 없다. 왜일까? 당사자 중심의 행정 체계가 이뤄지지 않아서이다.

장애인공단 내에 시각장애인직업능력센터 하나, 시각장애인고용촉진팀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30여 년간 시각장애인 일자리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불 보듯 뻔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입으로만 장애인복지, 장애인고용을 외쳐선 안 된다. 장애인의 삶의 현실은 다중적 차별 구조로 인해 각자 자신의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가기에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가 증진된 것처럼 보이지만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삶의 질과 비교하면 우리 장애인은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이다.

우리나라 5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표하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제38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가슴으로 장애인의 고통을 품고 있는 유능한 당사자 인재가 배치되도록 다중적 차별 구조를 깨고 장애인이 꿈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다.

2018년 4월 20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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