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지난 14일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조계사(서울 종로) 대웅전에서 장애인불자 대법회와 장애인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조계사와 대한불교 조계종(이하 조계종) 장애인 전법단이 주최한 것으로, 장애인을 포용하기 위한 다짐의 자리였다.

종교는 삶에 대한 만족감과 안정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더 나아가 삶의 참된 의미나 목적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다양한 인간관계 형성하는데도 많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능은 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종교가‘장애’를 교리나 선교(포교)의 논리로 포장될 위험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장애인에게 종교는 ‘장애’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기능도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불교는 장애인 자체를 외면해왔다. 장애인 목회자들이 교회를 열고 장애인 목회 활동을 할 때 불교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은 장애인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기독교와 천주교가 장애인 선교에 팔을 걷어 부칠 때 불자들은 장애인과 불교는 무관한 것으로 여겼다. 편의시설의 미비로 장애인이 드나들 수 있는 사찰 또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접근 환경도 열악하다.

장애인들이 사찰에 드나들기 어렵다는 것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2014)의 자료에도 잘 드러났다. 조사된 자료를 보면,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12개 사찰 가운데 현대식 건물의 사찰의 일부만이 장애인의 접근이 가능했다. 평지에 지어진 사찰의 경우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20.0%, 출입구 11.1%만이 편의시설이 설치되었으며, 장애인용 승강기는 전무했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사찰도 주출입구 40.4%, 출입구 13.3%만이 편의시설이 설치되었다. 장애인용 승강기 설치율은 20.0%였으며,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아예 없었다. 시각이나 청각장애인,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서비스는 진행되는 곳이 거의 없어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못하는 등 열악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불교에서 장애인에 대한 문제는 편의시설만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불자들은 “장애”를 개인의 문제라고 규정함은 물론 죄업의 결과물로 여긴다. 종교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여서 ‘장애인’의 신체에 드러난 현상만을 보고 ‘불구’로 규정하여 출가를 가로막는 규범들(종헌 종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4일 열린 행사를 통하여 불교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행사를 계기로 조계사 측에서는 점자촉지도와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경사로 설치하고, 장애인 법회를 정례화 하여 점자 안내지나 수어통역을 제공하겠다고 한 것도 이를 말해준다.

불교의 이러한 변화는 바람직하며,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특정 사찰만이 아니라 전국의 사찰로 이러한 변화가 확장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물리적 환경만이 아니라 장애인의 자유로운 출가나 자유로운 종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가로막는 규범들도 손을 보아야 하며, 불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조계종은 힘을 써야 한다.

2018년 4월 19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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