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동천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오전 서울시 하계동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동천'을 방문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대통령이 사회적기업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장애인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동천을 방문했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끕니다.

이 대통령은 장애인 직원들과 환담을 나누면서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많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특히 사회적기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사회적기업이 앞장서서 우리 사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 표시도 잊지 않았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기도 하지만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착한 기업'이라고 불립니다. 사회적기업에서 생산하는 물품을 구매하는 것을 '착한 소비'라고 이름 붙이고, 사회적기업 물품 사주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이 사회적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직접 현장까지 방문해 장애인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번 기회에 장애인표준사업장이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등 장애인 기업들에 대한 관심을 넓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장애인일자리 문제에 대해서 큰 관심이 필요합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신문고에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복지일자리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이번 주 이 문제에 대해 취재를 해서 '장애인 수급권자는 일하지 말라?'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장애를 가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을 통해서 벌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20만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교통비로 11만4천원을 추가로 받지만, 합해도 31만4천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돈은 누군가에게는 하루벌이일 수도 있고, 일주일벌이일 수도 있는데, 장애인들에게는 한달벌이인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이 돈마저 장애인 수급권자들에겐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통장에 입금된 돈만큼 수급비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사실상 소득상승 효과는 없습니다. 출퇴근해서 일을 했으니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장애인 수급권자들은 장애인복지일자리 참여를 꺼립니다.

복지부 관계자의 답변이 가관입니다. 밖으로 나오기 쉽지 않은 중증장애인들의 사회참여 목적이 크다는 것입니다.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일자리라는 이름을 떼는 것이 옳습니다. 장애인일자리로 포장해서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데 활용해서는 안됩니다.

다음은 장애인복지일자리의 대표적인 사례(한국장애인개발원 자료 인용)입니다.

◎ 관공서 청소도우미 사업 : 지방자치단체 등 각종 관공서 내·외곽 청소업무 등 수행

◎ 보육시설 도우미 : 지역사회 내 어린이집 등에서 보육교사 보조역할 수행

◎ 우편물 분류 : 자폐성장애 및 지적장애인 등이 지역 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 업무 수행

◎ 도서관 사서보조 : 자폐성장애 및 지적장애인 등이 도서관 도서분류, 도서대출, 반납처리 보조 업무 수행

◎ 건강도우미(Health Helper) : 시각장애인 등

- 전국 보건소(246여개 소) 및 장애인·사회·노인복지관(150여개 소)의 물리치료실 또는 체력 단련실에서 건강도우미로 활동

◎ 디앤디케어(D&D Care) : 지체장애인 및 지적장애인 등

- 주· 단기보호시설의 케어도우미, 중증장애인 등·하교 지도 등 업무 담당

◎ 기타 (장애인주차단속보조요원, 환경도우미 등)

※ 직업재활시설, 장애인복지관에서 실시되는 작업 활동 등의 일자리 유형은 수행 할 수 없음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회적기업 방문으로 친서민 행보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누히 말하지만 우리 사회 대표적인 서민은 바로 장애인입니다. 그중에서 중증장애인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장애인 고용의 화두는 중증장애인 일자리입니다.

그런데 중증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비영리단체인 장애인단체들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입니다. 이곳에는 엄청나게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비영리단체이고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중증장애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장애인일자리정책 차원에서 보자면, 장애인단체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대한 지원은 더 없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대신 이런 조건을 달아야합니다. 중증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모델을 만들어달라는 것입니다. 중증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노하우를 축적해 매뉴얼화해서 널리 퍼트려달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아지면 중증장애인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차츰 넓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관련 업무기관들(장애인복지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장애인개발원, 장애인체육회 등)부터 중증장애인 고용을 차츰 넓혀나가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어쩌면 해답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사회적기업 동천 방문을 계기로 장애인 고용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기를 장애인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20만원짜리 저질 일자리는 대안이 아닙니다. 수급권자들이 일을 해도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이 반드시 내놓아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많은 현장을 방문해야합니다. 장애인단체, 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 현장에 대한 대통령의 방문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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