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오용균 상임대표.

"과거 정부의 장애인교육 정책 제대로 있었나"

조선시대에도 장애인을 위한 교육과 관료로 등용시킨 사례가 있고, 직업 알선 등 다양한 장애인정책이 있었음을 사료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몰락으로 현대화 물결과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개인주의 발달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더욱 심화되었다.

뒤이은 6·25 전쟁과 베트남 파병 후 양산된 장애인에 대한 문제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정부는 너무 많은 장애인의 복지에 대해서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5·16 혁명 후 전쟁으로 인한 상이용사에 대한 예우로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그러나 산업이 발달되고 환경이 오염됨에 따라 선천적·후천적으로 발생된 일반 장애인에 대해서는 교육을 비롯한 복지·고용 등에 소홀히 해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리인 교육정책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금까지 장애인에 대한 교육정책은 소외되었으며, 복지지수 역시 OECD 국가의 하위권에 머물 정도로 다른 부처의 정책에 비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장애인 교육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은 '특별교육진흥법'이다. 1974년 제정된 소위 '특수교육진흥법'은 제정에 불과한 형식적인 법률로 남아 있다가, 88올림픽을 전후로 장애인 교육의 필요성과 절박함을 느낀 나머지 '특수교육진흥법'이 대폭 수정되었으나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약했고 선언적인 법률에 불과했다.

이 법의 적용대상은 장애인이다. 그러나 흔히들 고등학교까지 다니는 장애 학생을 적용하고, 만 21세까지만 해당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광의의 해석으로 보면 장애로 하여금 교육을 받지 못한 모든 장애인은 특별교육진흥법에 해당되기 때문에 공부하기 원하는 장애 성인에게도 국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40대의 시각장애인이 정규 특수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권면한 사실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교육부는 장애인교육과 관련된 시민단체와 부모들의 요구에 의거,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을 증설하고, 자생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장애인야간학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령이 없는 사업을 집행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는 교육부는 지원할 의지가 아직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 교실에서 되돌려 보냈던 교육정책으로 학교에 가기가 어려웠던 아픔과 배움의 고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이들. 지금의 '특별교육진흥법'이 생기기 이전에 낙오된 20대 후반의 장애인들이 늦게나마 공부를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야학을 다니고 있는 것을 볼 때 정부는 크게 각성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장애로부터 보장받은 사람 없어"

인간은 누구나 장애인이 되지 않는다고 보장받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으며,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누구를 막론하고 교육은 보장해 주어야할 의무가 있다.

교육법으로, 장애인복지법으로, 그보다 더한 헌법으로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과거 교실에서 밀려나 교육을 포기해야 했던 장애인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와 같은 현상이 계속될 때에는 교육복지를 위한 사회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

헌법 제31조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런 헌법의 명시는 교육이라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것이다. 동조 2항에는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의무교육을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교육이 당사자에게 권리인 동시에 친권(親權)자에게는 가르쳐야 하는 의무임을 강제하고 있다.

이렇듯 교육은 국민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고 사회에서 살아 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그래서 교육은 장애인에게 생명과 같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인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법과 제도들이 과연 얼마나 국민을 보호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같은 땅에 살아가는 장애인들은 교육의 권리에서 당연스럽게 배제되고 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중에 51.6%가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현실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도 연결된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과 교양뿐만 아니라 취업과 자아성취 등으로 삶의 질과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는 가난을 낳고 그것이 대물림되는 고통의 악순환이 장애인에게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전국의 7개 장애인야학이 모여 전국 장애인야학 대표자 연석회의를 개최해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결정, 10월 25일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가 정식출범했다. <사진제공 대전모두사랑장애인야학>

교육으로부터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성인들에게 늦게나마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애인 야학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15개의 장애인 야학은 주중과 야간 또는 주말 등으로 지역과 현실적 특성에 의해 어렵게 장애성인의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은 같은 눈높이로 장애인 야학을 이해하지 못해 왔다. 교육관계 기관은 장애인야학을 비인가 학교로 바라만 보았지 관심 밖의 일로 여겨 오는 것이다.

“장애인야학협의회의 필요성과 결성”

장애인 야학은 일반 야학과는 달리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업뿐만 아니라 장애인 인권운동을 대부분 겸하고 있다. 교육과 인권이 교실과 현장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야학은 과거 청소년 탈선 방지책으로 권장하던 정책이 유지되거나 문을 닫고 있는 반면, 장애인 야학은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교육의 필요성과 기본권리인 인권을 쟁취하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모르거나 저학력으로 단순히 사는데 가장 큰 고통은 취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인관계나 가정에서 자녀와의 대화가 단절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아주 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늦게나마 공부를 하려는 장애성인이 있고, 특히 장애로 하여금 교육의 기회를 상실했다면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교육 받을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 야학은 비장애인야학과 다르다. 장애 때문에 등·하교가 곤란하기 때문에 차량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인건비·연료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르며 이를 위해선 후원자의 손길에 의존해야 한다.

장애인 야학은 등록금, 입학금 심지어 교재비도 받지 않는다. 자생적으로 발생한 장애인야학은 모두 희생을 무릅쓰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일구어 가는 비영리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아 일반 사립재단의 정신보다 월등한 정신을 갖고 있다 하겠다.

이런 총체적인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며 같은 업무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2004년 10월 17일 전국장애인야간학교장단이 모여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를 구성하고, 상임대표로 대전의 모두사랑장애인야학교장(오용균)을 선임했다.

장애인야학협의회는 대정부 요구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에 건의하였으나 교육부가 예산지원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하루가 시급하고 열악한 야학에 2006년도부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야학을 고사시켜도 괜찮다는 발상에 불과하다.

“성인 장애인 교육은 정부의 책임 있어”

이와 같이 장애인들은 교육에서의 꿈을 키워 가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되고 있으나 열악한 교실, 열악한 재정 등 어느 하나 충족치 못한 환경에도 정부는 관심이 없다.

평생학습원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일정한 조건을 갖추었다면 장애인야학을 평생학습원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적·정책적 방안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이루어져야 성인장애인들의 교육권을 회복해 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성인장애인의 교육은 반드시 교육분야의 소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야학을 운영하다 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도 많이 있다. 장애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문제이다. 업무도 분할로 하면 능률적이다. 즉 야학의 운영재정지원은 교육청에서, 건물의 임대, 관리비, 공공근로자 배정 등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얼마든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고, 일정 수준에 달하면 고용촉진공단에서 적극 고용창출에 힘을 쓰면 된다.

우리나라는 교육대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수라고 해서 소외된 성인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소외시킬 순 없다.

출발 선상에서는 다소 늦었지만 끝까지 완주하는 투혼의 정신을 발휘하는 성인 장애인의 교육문제는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를 비롯한 국민 모두의 책임도 있으므로 모두의 과제로 여기고, 함께 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줄 때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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